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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윤 Sep 15. 2022

스포츠를 알면 수리남이 보인다.   

-넷플릭스 수리남과 스포츠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인기 상영 중인 '수리남'을 두고 수리남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남미의 마약 문제를 다룬 창작물은 많았지만 국가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한 적은 거의 없어 수리남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수리남과 우리나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특별한 교류가 없는 국가이지만 스포츠에서는 알게 모르게 서로 인연을 맺어왔다. 


수리남의 스포츠 영웅인 앤서니 네스티가 백인들의 잔치인 수영에서 흑인으로는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대회가 바로 1988년 서울 올림픽이다. 당시 미국의 매트 비욘디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고, 중계방송에서도 마지막 20미터를 남겨둘 때까지도 비욘디에게만 주목했다. 실제 비욘디의 우승이 유력했지만 마지막 순간 네스티가 팔을 쭉 뻗으면서 0.01초 차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카메라가 뒤늦게 네스티의 환호를 주목하는 가운데, 자막에는 '수리남'이라는 국가 이름이 등장했다. 1975년 독립한 수리남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네스티의 금메달을 수리남 역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금메달로 남아있다. 당연히 네스티는 수리남의 국민 영웅이 되었고, 지폐에도 그의 얼굴이 등장할 정도이다. 


넷플릭스 수리남에는 마약왕이 메이저리그를 보는 장면이 나오지만, 당시 수리남에서 미국 야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같은 네덜란드 식민지였지만 퀴라소가 야구에 특화된 것과 달리, 수리남은 뛰어난 축구 선수를 배출하곤 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뛰었던 흑인 선수 대부분은 수리남계이며 수리남에서 태어난 선수들도 꽤 많다. 네덜란드 3총사로 불렸던 굴리트나 레이카르트부터, 다비즈나 세도로프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인 수리남 출신이다. 이중 다비즈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5대 0으로 이긴 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이런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수리남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그다지 뛰어난 축구 실력을 보이지 못했지만 2019년부터 스포츠 여권이라는 이름으로 네덜란드 선수들의 수리남 여권 취득이 가능해지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대표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수리남 출신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안에 북중미 무대에서 수리남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남미 대륙에 속한 수리남이 왜 북중미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수리남은 위치는 남미지만 북중미 축구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호주가 아시아 축구연맹 소속인 것과 같다. 국내 인터넷상에는 수리남의 축구 실력이 떨어져 북중미에 가입한 것이라고 나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남미 축구연맹은 1950년대 베네수엘라를 가입국으로 받은 뒤 더 이상 회원국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수리남은 문화적으로 남미보다는 북중미에 가깝다. 남미 국가는 브라질을 제외하고 대부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수리남은 네덜란드어가 공용어다. 축구 실력을 떠나 퀴라소를 비롯해 북중미 국가들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어쩌면 북중미 축구연맹 가입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격투기에도 뛰어난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K-1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어네스트 후스트를 비롯해서 레미 본야스키, 멜빈 만호프가 수리남 출신이다. 이 가운데 본야스키와 만호프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대결한 바 있다. 현재 UFC 헤비급에도 수리남 출신 선수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네덜란드에서 강제로 보낸 것이긴 하지만, 수리남은 한국 전쟁 때 100명이 넘는 군인을 파견한 나라다. 넷플릭스 수리남 때문에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분명 있다. 스포츠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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