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불문율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부산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은 예상보다 크게 흥행했고, 중국 탁구를 상징하는 만리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하게 되었지만, 남자 단체에선 우리나라가 여자 단체전에선 일본이 중국을 거의 이길 뻔한 사건이 발생해 중국 탁구의 위상이 달라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대회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 탁구를 상징하는 11대 0 경기에 대한 불문율 역시 사라지고 있는 대회였다.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일본은 1차리그 세번째 상대였던 남아공전에서 첫 번째 게임에 나선 기하라와 두번째 게임 출전자인 히라노 미우가 모두 11대 0으로 승리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매너 위반이라는 일부 목소리도 나왔지만 예전처럼 화제를 모으지는 않았다. 11대 0에서 실수를 하는 문화를 만들었던 중국도 11대 0 경기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첸멍은 단체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11대 0으로 승리했다. 예전같으면 10대 0에서 아마 일부러 실수를 해 한점을 내줬을 것이다. 실제 2019년 세계 탁구 선수권 우승자인 류스원은 결승에서 11대 0으로 한 경기를 이겼는데,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중국 내부에서 받은 적이 있다.
2019년 중국 탁구에 완봉승이 없는 이유라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중국 탁구에서는 11대 0으로 이기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일부러 실수를 해 11대 1로 이기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으로 이는 중국 탁구의 자부심을 상징하는데,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56&aid=0010684971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첸멍은 11대 0으로 한 게임을 이긴 뒤 가진 인터뷰에서 "한점을 내주면서 기세를 늦출 용기가 없었습니다. 집중할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라는 인터뷰를 남겼다고 한다. 탁구가 21점제 시절에는 21대 0이란 점수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10대 0에서 한점을 내주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았다. 11점 경기로 바뀌면서 중국에서는 10대0에서 한점을 내주는 관습이 생겼는데, 이는 중국 탁구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탁구는 흐름의 경기로 한점을 내주는 순간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유남규는 세계 1위인 장자량을 상대로 18대 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다. 도쿄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 리스트인 이토 미마-미즈타니는 8강전에서 9대 2로 뒤진 상황에서 역전 승부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중국 탁구가 한국과 일본에게 고전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일부러 10대 0에서 일부러 한점을 내주는 모습은 더욱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