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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윤 Apr 23. 2024

밀어치기의 달인, 특별한 홈런 타자 오타니

오타니와 마쓰이의 차이점

오타니가 시즌 5호 홈런을 터트리면서, 통산 176개의 홈런을 달성해, 마쓰이의 통산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마쓰이와 오타니의 홈런 기록을 비교해보면 오타니가 얼마나 특별한 선수인지 잘 알 수 있다. 마쓰이와 오타니의 공통점은 왼손 거포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왼손 거포들은 오른쪽 방향 홈런이 많다. 베이스 루스부터 왕정치 역시 마찬 가지였고, 마쓰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쓰이의 175개 홈런 방향을 분석해보면, 우익수 방향은 111개, 우중간은 37개, 중견수 방향 17개, 좌중간은 5개, 좌익수 방향 5개로 나타났다. 전체 홈런의 85%가 우중간부터 우익수 방향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오타니는 전혀 다르다. 오타니의 전체 홈런 숫자를 분석해보면 우익수 방향 50개, 우중간은 43개, 중견수 방향 39개, 좌중간은 28개, 좌익수 방향은 16개로 나타난다. 176개의 홈런 가운데 잡아당긴 홈런은 93개로, 52% 밖에 되지 않는다. 왼손 슬러거로선 보기 드문 숫자이다. 이처럼 밀어치는 홈런이 많은 것은 리틀 야구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리틀 야구에서 야구를 시작한 오타니는 고학년이 되면서 오타니는 지역 리틀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오타니의 후배들이 지금도 뛰고 있는 미즈사와 리틀 야구장은 하천 근처에 있다. 오타니가 친 타구는 대부분 홈런으로 이어졌는데, 홈런을 너무 많이 쳐도 문제가 발생했다. 홈런 타구가 하천으로 흘러가면서, 야구공을 잃어버리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 리틀 야구단으로선 공 한 개 한 개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더이상 공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천 근처에 네트를 설치했다. 담장 오른쪽에 네트를 쳐 공 분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네트를 설치해도 오타니의 하천으로 공이 날아가는 걸 완벽하게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오타니의 타구가 네트를 넘기면서 하천으로 빠지게 되자, 아사리 감독은 연습할 때는 당겨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렇게 시작한 당겨치기 금지는 오타니를 홈런왕 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홈런왕이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사리 감독은 이른바 오타니 네트를 계기로 밀어쳐서 담장을 넘기는 감각을 키우기를 요구했다. 2021년 7월 14일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아사리 감독은 오타니에게 ‘당분간 당겨치는 것을 금지한 뒤, 흐름대로 밀어치는 것을 가르쳤다. 왼쪽 어깨의 앞쪽으로 공을 토스하면서, 왼쪽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감각을 키우는 연습에 주력했다. 


놀랍게도 그때부터 좌중간의 장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밀어쳐서 장타를 만드는 부분은 오타니가 다른 홈런왕과 다른 모습이다. 실제 2020년 일본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이자, 세계 홈런 기록 보유자인 왕정치는 아사리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오타니를 역방향에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로 지도할 수 있었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만일 오타니가 미즈사와 지역의 하천이 아닌 곳에서 야구를 했다면, 지금처럼 밀어치기의 달인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뛰어난 능력으로 진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밀어치기 뿐 아니라 오타니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그의 밀어치기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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