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취급 금지하는 일본고교야구연맹
국내 최초로 고시엔을 분석한 책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을 집필한 지 2년, 교토 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일부 마니아들만이 사용하던 단어였던 '고시엔'은 야구 또는 일본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언급할 정도로 잠시나마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야구에 관심 없는 오랜 친구에게 '고시엔'을 주제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2년 전 출간한 책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하기도 했다. 교토 국제고가 언젠가 우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일본야구 정상에 올랐고,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국내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을 쓴 이유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국내에서 고시엔을 소비하는 모습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트 야구계에서는 일본은 4000개에 가까운 학교에서 경쟁하는데 80여 개에 불과한 우리나라 고교야구의 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의 야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역설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 고교야구는 그저 순수한 동아리 활동에 가까우며 모든 선수들이 수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모범적인 야구 인생을 보내고 있는데, 한국 고교야구는 비정상이라며 고시엔의 예를 들어 비판한다. 이 두 가지 모두는 고시엔의 한 단면만을 보았거나, 다른 측면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편견이다. 책에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양극단의 주장에는 깊은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교토 국제고의 우승을 계기로 고시엔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길 희망한다. 그래야 한국 고교야구가 고시엔을 반면교사로 해서 과거의 영광을 찾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시엔은 47개 도도부현의 대표만 나갈 수 있다.(야구부가 200개를 넘는 도쿄와 홋카이도는 2팀) 각 지역의 대표이기 때문에 고시엔 우승은 지역의 축제이다. 프로야구에서 우승하는 것 이상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프로야구 우승과는 달리 고시엔 우승은 화려한 축승 행사를 갖지 않는다. 인터넷을 보면 고시엔 우승하면 카퍼레이드를 한다고 나오기도 하는데, 카퍼레이드는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사이다. 일본 고교야구연맹에서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승교의 학생은 야구 선수이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영웅 대접을 해서는 안되며 카퍼레이드는 영웅 취급을 하는 대표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카퍼레이드뿐 아니라 지역의 할인 행사도 금지된다. 2015년 봄 고시엔 대회에서는 후쿠이현 츠루가시에서 우승팀이 나왔다. 작은 도시에서 고시엔 우승을 차지했기에 지역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고, 축승 행사 및 자발적인 할인 행사를 준비했지만, 일본 고교야구연맹은 이를 금지했다. 일본 고교야구 연맹은 고교 야구는 교육의 일환이며 순수한 행사인데, 축승 행사나 상업적인 할인 행사는 학생 야구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인기 프로그램인 '최강 야구' 출연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고교야구연맹은 고교야구 선수가 뉴스 보도를 제외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를 제외한 방송 출연을 위해선 고교야구연맹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고교야구선수가 예능에 출연한 적은 없다. 예능뿐 아니라 클럽 활동을 응원하는 NHK 방송에 야구 부원이 출연했다는 이유로 해당 고등학교 감독이 2개월간 근신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고교야구 선수를 다룬 다큐멘터리에는 본인 출연이 어려운 관계로 더욱 시시콜콜한 것까지 방송의 주제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 손수건 왕자로 불린 사이토의 경우는 고시엔 당시 머물던 숙소를 찾아가 어떤 행동을 했는제, 무슨 음식을 잘 먹었는지, 동료 선수와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연이어 방송하기도 했다. 사이토에 대한 취재 의지는 높은 가운데 취재가 불가능하자, 사이토가 출전하는 대회에는 수많은 매체가 몰리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를 담기 위해서다. 이런 예를 감안하면 국내 미디어에서 교토국제고를 보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교토국제고가 출전하는 대회에 더욱 큰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교토 국제고는 올 가을 긴키지역고교야구 대회에 출전한다. 오사카와 와카야마, 고베, 교토와 나라 등 고교야구의 강팀이 몰려있는 긴키 대회에서 4강에 들면 내년 봄 고시엔 출전이 확정된다. 어쩌면 국내 언론에서 사상 최초로 긴키 지역 대회를 취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