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쨍한 날들이 반복되다가
퇴근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예고 없이 퍼부었다.
얼마 전 물이 떨어지는 지붕에
보수 공사로 천막을 씌워주신 덕분에
오늘 책에 물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어 마음이 한결 편안했지만,
혹시 몰라 한편에 비닐을 씌우고 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버틸 힘을
기르려면 생계라는 단어는 꼭 넣어야 한다고.
그 단어가 유지되어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동안 하기 힘들어하던 부분을
받아들이고, 때론 솎아내야 한다고.
가끔은 야박해지거나, 뻔뻔해지더라도
그럼에도 지켜가고 싶은 부분은 꼭 지켜내자.
오늘 받았던 환대처럼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싱그러움으로
또 쨍쨍함을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