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블루스 Dec 16. 2022

주목나무열매

헤어지고 나니 알 수 있는 감정들

속히 가지 못하고 망설이던

그 찰나 마저도 아쉽다

붉은 주목 열매는 내가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돌아가서 다시 한번 눈길을 준다

손톱만큼 내린 눈을 이고지고 있느라

힘겨운 줄도 모르고 내가 보내는 시선만으로도 가슴 떨려하는 아이

헤어지고 나니 나는 알게 된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뻗지도 못한 뿌리에 의존해

붉게 맺힌 열매 하나를 보여주려고

내가 오는 발걸음을 세고 있었다는 것을..

가만가만 기다려 주었다는 것을

지쳐 돌아서고 나니 그제야 알게 된다

반쯤 꺽여버린 달그림자만 바라보며

모로모로 울고 있을 주목열매는

내일도 나의 발걸음 세어주리라

그리하야 나는

헤어져야만 너의 사랑을 입술에 머금고

추운 겨울을 나겠지


 


작가의 이전글 그 길에서 사랑이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