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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Feb 02. 2023

가보았던 것 vs 지금 갈 수 있는 것

나는 지금 떠나고 싶은가

운동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빨리 세팅한 일중에 하나인데

요즘은 시간여유가 되어 회수와 시간을 늘렸다.

일주일에 3번씩 병원이 오픈하는 시간, 아주 추운 날에도 나의 근긴장해소를 도와주는 물리치료사들과 이제는 안부도 묻고 친해졌다.


작년여름 처음 병원 외래 운동치료실을 찾아 운동치료를 받았을 때 나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었다. 휠체어를 타고 온 뇌성마비환자들을 담당 치료사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고 의사표현이 정확히 되지 않는 그들은 괴성과 울분으로 치료 중의 아픔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나도 뇌성마비환자들과 같은 곳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그들과 동격화되며 우울의 농도가 짙어졌는데 운동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도 하반신마비인데 비슷한 질환이라며 나의 우울함을 다시 내가 비웃었다.

우울함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 조금은 상쇄된다.

다니다 보니 그래도 나는 휠체어나 보행기에 의지하지 않고 느려도 혼자 걸어 치료실로 들어오지 않는가.

그리고 운전조작 능력은 몸에 익어있고 발목감각신경은 괜찮아 자가로 병원을 오갈 수 있지 않은가.

아직은 보호자 없이 혼자 와서 치료받고 갈 수 있지 않은가.


우울함 대비 감사한 마음이 더 많아지니 운동치료실도 내 공간이고 물리치료사들도 지인이 되었다. 한 치료사는 휴가계획을 미리 세우는데 스위스가 너무 가고 싶어 부모님과 동생과 4명이서 패키지여행으로 같이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 한다.

갈 때마다 경과를 알려주는데 여행사에 가보니 자신의 휴가일정에 딱 맞는 스위스패키지가 없어 호주 시드니&골드코스트 패키지를 추천받았다며 얘기해 준다.

스위스가 좋지만 일정이 안되면 호주패키지도 부모님 만족도도 높고 좋을 거라 했다. 치료사가 나보고 스위스도 가보고 호주 시드니도 가봤냐 한다. 치료사님처럼 젊을 때는 지금처럼 안 아파서 기회 될 때마다 이곳저곳 다녔다며 호주에 갔다가 뉴질랜드 북섬, 남섬까지 돌아보았는데

질랜드의 풍경도 좋았다 했다. 어제의 치료를 마치며 치료사가 정말 많이 다녀보셨네요, 다른 여행사 다녀와서 다시 의논하겠다 한다. 나는 본래 스위스를 가고 싶었던 거니 가급적이면 처음 생각으로 밀고 나가보라고 조언했다.

운동치료 갔다가 스위스에, 호주에,  뉴질랜드까지 다녀온듯했다.

예전에 다녀왔던 것은 추억이다.

지금 갈 수 있는 것은 여행준비의 설렘 + 떠날 거라는 설렘 +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갈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은 필수요건이다.

나는 추억부자 대신 현재진행형으로 지금 떠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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