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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Mar 19. 2023

너의 글로리는 나의 글로리였어

더 글로리


벌써 일요일이야.

지난주 주말 '더 글로리' 시즌2를 보고 일주일간 네 생각을 했어.

요즘 나는 빠른 다람쥐 챗바퀴같은 일상을 보내고있지만 잠시 멍하니 한숨을 돌릴 시간이 주어지면 네 생각이 났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중저음으로 '연진아..' 로 시작하는 너의 말이 가장 무서운 말이 되었어.

동은아, 이제부터 나는 너의 꿈이었던 '연진아..' 대신, '동은아..' 라고 부를께.

19살부터 너의 꿈은 연진이였지?

그 꿈으로 쓰라린 상처과 외로움을 버티고 살다 꿈이 이루어지고 난 뒤의 허탈함, 더이상 버티고 살아갈 꿈이 사라진 상태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은아, 지금 나의 꿈은 말이야..


하반신 마비가 되기 전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1만 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9천 가지다
나는 잃어버린 1천 가지를
후회하며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도 가능한
9천 가지를 하면서 살 수도 있다

                 잭 캔필드



지난달, 이동한 직장에 처음 가보았던 날 화장실에서 본 글이야. 이 글을 보며 깜짝 놀랐어.

나는 잃어버린 1천 가지를 그리워하며 징징거리고 있었거든. 이제 나의 꿈은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가능한 9천 가지를 하면서 사는거야.

기왕이면 즐겁게..


동은아, 나는 잘 웃는데 말이야.

웃을 때 양쪽에 보조개가 들어가는데 그 보조개는 마스크에 가려진지 몇년 되었어.

내가 요즘은 웃음을 잃었어.

웃을 일이 잘 없기도 하고 한가지 일을 하면 잠시 쉴 수 있겠지 하고 버티고 있는데 그 뒤에 세가지, 네가지 일이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직장에서 내가 주로 있는 곳은 2, 3층인데 1층에 쓰레기봉투를 가지러 가는 길에 잠시 나가 꽃사진을 찍었어. 그리고 어느날은 주문한 수업재료가 왔다고 해서 1층에 가지러가며 나가 또 꽃사진을 찍었어.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

내가 생활하는 곳 주위의 사계절을 관찰하고 남기기.







어제는 직장에서 4월 8일에 있는 검정고시감독 신청을 받는데 나는 또 네 생각이 났어.

동은아, 넌 너의 꿈인 연진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교사가 되기로 하고 검정고시, 수능을 쳐서 교대에 갔고 임용고시를 쳐서 합격했지?

엄청난 동기가 있었지만 힘든 일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며 그리고 살아가며 영양실조로 쓰러진 너를 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고 해내었던 너에게 나는 계속 박수를 보냈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또 가능한 일은 내가 직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조금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거야.

그래서 먹을 수 있는 앵두콘을 이용해 분자모형을 만들었고, 원소불꽃반응초를 켜며 이번달 생일인 친구들을 축하해 주었단다.

나의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약 30명의 아이들과 이런 수업을 두시간 하고나면 에너지가 방전돼.

그래도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즐거웠다니 그것으로 된거지.




너희들의 학교생활은 앵두콘처럼 달콤하고 컬러풀하기를, 

불꽃반응 초처럼 환하고 밝게 빛나기를..



동은아, 앞으로 너를 부르며 가끔 이렇게 글을 남겨볼께.

나의 학창시절 나도 잊을 수 없는 아이들이 있어. 그 아이들은 나의 팔,다리를 고데기나 다리미로 지지지는 않았어. 그런데 마음에 지져진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더구나.

유년시절, 마음의 쓰라린 상처는 세월이 지나도 나이가 들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구나.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그래도 동은아, 선아에게 얘기한 것처럼 우리도 미술관에도 가고 좋은 곳도 가보고 그렇게 살도록 하자.


더 글로리 by 네플릭스


너의 글로리는 나의 글로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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