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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Sep 12. 2024

건축이 정말 중요해?

12호_건축과 보름달_프로잡담

표시는 미주가 있음을 나타냅니다 


“건축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거나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선후배들과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몇 가지 나오는 정해진 대답들이 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공간이라거나, 사람은 공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의심이 많아서인지 확실히 와 닿는 답은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말뿐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로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봐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마저 들었고 이 글은 청계천 복원사업이라는 도시 재생을 통해 공간의 가치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청계 고가도로
복원 후 청계천


청계천 복원사업 개요


먼저 왜 청계고가를 해체하고 청계천 복원 사업을 진행했는지 알아보려 한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도심의 흉물이었던 고가구조물과 복개구조물을 제거하고, 도심 수변공간을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으로 2003년 7월부터 2005년까지 진행되었으며, 청계고가로의 구조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의 근원적 해소와 환경친화적인 도시 공간 조성, 장기적 주변 개발을 통한 강남, 강북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추진되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따른 변화로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청계천로 차도와 일부 보행로가 축소되며 고가도로 주변의 주차면수가 제한되었으며, 두 번째로, 고가도로 철거 후 청계천변으로 산책로와 수변공원을 조성하여, 공원시설의 활용가치와 경관가치가 증가하였다. 세 번째로, 22개의 복원 다리를 통해 청계고가도로에 의해 단절되었던 남북 간의 보행이 연결되었다. 복원된 하천에는 수심 30cm 정도의 물이 흐르고, 22개의 다리와 벽화, 폭포, 분수 등을 갖춘 녹지 8만 3000여 평이 조성되었으며, 1.5~3m 너비의 산책로가 마련되었다. 산책로는 동아일보사부터 신답철교까지 약 5.8km 구간이며 걸으며 청계천을 헤엄치는 다양한 물고기와 주제별 녹지공간도 조성되었다. 결과적으로 청계천은 차량만이 다니던 도로에서 연평균 1,800만 명의 내, 외국인이 찾는 도심의 명소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주변 토지 가치 상승


청계천을 복원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제외하고 청계천이라는 도심 녹지공간을 조성한 것의 긍정적 효과를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비용 대비 가치가 있는 사업이었을까? 공간의 가치를 부동산과 자본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자본은 가치의 변화를 그만큼 확연히 드러내기에 청계천 주변 토지가치, 임대료 등의 변화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2003년 7월 공사 착공을 전후(2003년 4월 대비 2004년 4월)로 재개발지역의 지가가 전반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청계천 주변 지역은 간선가로변을 중심으로 평당 약 4000만 원에서 약 6000만 원까지 평균 50% 이상 상승하였으며, 특히 왕십리 뉴타운 지역은 간선가로변 중심으로 평당 약 1000만 원에서 약 2000만 원까지 평균 100%이상 급등하였다.


또한 청계천 주변지역의 오피스 임대료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청계천변의 삼일빌딩, 한화빌딩, 파이낸스센터가 약 5% 이상 상승하였으며, 아파트 매매가의 경우도 공사 착공 전후(2002년 9월과 2004년 9월)를 비교했을 때 행당동 대림 아파트가 평당 1,000만 원에서 1,080만 원으로 8% 상승하였다. 특히, 청계천과 면한 청계 벽산 아파트와 마장동 현대아파트는 평당 약 750만 원에서 약 1000만 원으로 25%이상 상승하였다. 청계천 주변지역의 임대료 상승과 아파트 평당 매매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았을 때 청계천 복원이라는 도시재생 사업이 주변지역의 공간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여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인구수가 2004년에 이르러 0%대에 접어들었으며 일부 기간에는 상승도 확인되었다.청계천 주변지역의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청계천 복원사업뿐만인 것은 아니지만 주변지역이 동일한 시기에 유사한 가치 변화를 보이는 것은 청계천 복원사업이 주변 공간가치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사회적 비용 • 사회적 편익 계산


앞서 청계천 주변 지가와 임대료의 변화에 대해 경제적 수치로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무형적인 가치를 설문조사를 통해 비용편익을 계산해보려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사업비 3,754억 원+복원 후 교통지체에 따른 비용 1조 4,535억 원* + 복원후의 유지관리비 903억 원)은 총 1조 9,192억 원이며, 사회적 편익(청계고가도로의 유지보수 비용 절감 1,000억 원 + 환경개선편익 3조 2,162억 원*)은 총 3조 3,162억 원이다. 따라서 비용〮편익 비율은 1.727로 청계천 복원사업은 서울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지불용의액*을 이용한 해당 사회적 편익 계산에 사용된 설문에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환경편익을 직접 향유하기 위해 같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한 설문자가 4.8%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응답자의 95.2%는 청계천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향후 20년간 매년 103,309원을 지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응답자의 43%가 스스로 청계천의 자연환경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는데 이 수치는 청계천 복원사업(도시재생)의 의의가 단순히 주변 토지가치 상승과 비용-편익 계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결론


청계천 복원사업의 영향을 주변 토지가치 상승과 사회적 비용〮편익, 지불용의액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 결과 청계천 복원사업이라는 도시재생 행위가 주변 공간에 지가상승을 가져왔으며 이것은 도시재생에 대한 가치가 화폐의 형태로 주변 지역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사회적 비용〮편익을 계산해 보았을 때 경제적 타당성이 확인되었으며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한 주변 상가의 활성화, 공간가치 상승효과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지불용의액의 설문 응답비율을 분석해보면 직접 사용가치(4.8%)보다 청계천 복원으로 인해 향상될 삶에 대한 간접 사용가치(33.8%)와 다음 세대가 보다 좋은 환경을 향유할 수 있다는 유산 가치(22.5%), 사용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도심에 청계천이 흐른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고유가치(20.5%)에 응답한 것을 보았을 때 전체 응답자의 76.8%가 직접 사용가치가 아닌 간접적이거나 무형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어 지불용의액(103,309원)을 지불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위의 분석을 통해 도시재생(청계천 복원사업)이 주변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는 등의 긍정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지불용의에 대한 설문은 도시재생의 효과는 직접 사용가치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청계천 복원사업을 사례로 경제적, 미래가치를 알아보았을 때 건축, 도시재생이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과정은 다소 딱딱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간의 무형적인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임희지 (2005). 청계천 복원사업의 도심재생 효과. - 서울연구원

이영성 (2005). 청계천복원사업의 비용, 편익과 경제적 효과. - 서울연구원


미주

1) 1조 4,535억 원* : 서울시 전체적으로 차량운행속도가 시간당 0.1km 감소하며 차량지체 따른 시간가치 손실비용이 매년 1,524억원 + 차량지체로 인한 차량운행비용 증가분이 매년 4억원(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3, 이영성〮황기연, 2004)이며 복원후 22년간 동안 매년 1,528억원씩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며 할인률 7%를 적용했을 때 현재가치로 1조 4,535억원이다.


2) 3조 2,162억 원* : 서울시민들의 청계천복원사업에 따른 환경편익을 향위하기 위해 가구당 매년 103,309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 가구수 X 가구당 지불용의액 103,309원 X 22년 X 할인율 7%’을 계산할 경우 환경개선편익을 위한 지불용의는 총 3조 2,162억원으로 산출된다.


3) 지불용의액* : 해당 설문조사에서 ‘지불용의액’ 이란 청계천 복원을 위해 가구당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것으로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느끼는 경제적 가치를 나타낸다.





게재 : VOL.12 건축과 보름달, 2020 가을 

작성 : 프로잡담러 B ㅣ 박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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