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영화의 주인공인 히라야마는 새벽부터 시작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지고 산다. 직업은 도쿄 화장실 청소부. 청소를 하다 사람이 들어오면 잠시 문밖에서 대기할 때도 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화장실 외관 벽에 비친 햇살과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그림자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공원에서 식사를 할 땐 세월이 묻어 있는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매번 찍는다.
こもれび 코모레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코모레비라는 단어가 나온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히라야마의 일상이 주는 울림과 ‘코모레비는 바로 이 순간에만 존재합니다’라는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를 며칠째 곱씹고 있는 중인데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의 가치에 대해 깨닫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완벽한 하루는 결함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지금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묘비명에 어떤 내용을 적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드디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노트를 펼쳐 적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