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내내 나의 시간을 들여다봤다.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고 싶은 마음 반, 살아갈 시간을 잘 운영하고 싶은 마음 반. 성취감을 느꼈거나, 행복했거나, 비교적 만족스러웠던 시간의 공통점은 뜻밖에도 '효율'이 아닌 '불편함'에 있었다. 새로 바꾼 엄마의 스마트폰 설정을 도와주는 일, 국어 공책을 펼쳐 히라가나를 써 내려가는 일, 집으로 들어가기 전 동네 한 바퀴를 더 걷는 일, 3일 밀린 일기를 몇 가지 단어로 채워보는 일 같은.
생각해 보면 나를 이롭게 하는 것들,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늘 불편함을 수반한다. 누워서 책을 보는 것보다 바르게 앉아서 읽는 게 척추 건강에 좋고,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로 한 끼 식사를 먹는 게 몸 건강에 좋은 것처럼 말이다.
불행은 행복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 불편하지만 행복한 것의 줄임말이 아닐까. 남은 올해의 시간 동안 잠깐의 편안함을 얼마든지 포기하고 싶어졌다. 불편하지만 행복한 것들에 관하여 기록해 보려고 쓰는 첫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