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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별 Mar 12. 2022

서른과 봄은 찾아왔습니다

결혼에 대한 단상

며칠  코로나에 걸려 비몽사몽입니다. 감염  삼일 차가 고비라더니 꼼짝없이 침대 위에 누워만 있습니다. 콧물 젖은 휴지가 주위를 메우고 동거인이 가져다주는 생강 꿀차가 머리맡에 놓입니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아플  혼자라 느끼지 않는 것임을 절감합니다. 온몸에 기운 없으니 마땅히   없어 지난 추억을 떠올립니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조각배 여럿이 정박한 몰타의 푸른 바다와 하늘입니다. 젊음의 생기를 가득 품고 밖을 나서는  얼마나 신나는 일이었는지요. 이탈리아, 터키  근처 나라 외국인이 호감을 표시할 때마다 난처한 척하며 은근히  관심을 즐기던 기억이 납니다. 밤에는 파티가 끊이질 않았고 샴페인 담은 유리잔이 부딪는 소리 역시 멎을  없었지요.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는 접으면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미니벨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습니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몸에  붙는 티셔츠를 입은  유유자적 페달을 밟고 있으면 건너편 젊은 청년들이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전화  통을 받았습니다.  서른이니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것이라 합니다. 과거 달콤한 기억에 잠겨 있다 이런 말을 들으니 거울 깨지듯 조각나는 추억입니다. 듣고 있으니 일견 맞는 말인 듯합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이 짝을 찾아 떠나면 우두커니  것입니다. 예전에는 듣기만 해도 몸서리  말들을 이제야 곱씹어 보고 있습니다. 그때 나는 있는 힘껏  몸집 부풀려 적을 위협하는 복어와 같았습니다. 약한 것을 들키기 싫어 팔짱 끼고  흘기고 있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삶이란 자신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라 할지언정 담담히 받아들여  나은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야 말로 성숙한 자세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혼자를 결심한 어느  지금처럼 앓아누웠을  누군가   식혀주길 바라진 않을까요? 서른과 봄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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