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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May 30. 2024

코로나? 별일 있겠어? 그냥 평소대로!

비상! 비상! 방심은 절대 금물.



나는 국내 LCC 항공사 승무원이다.

 항공사 스케줄 근무의 특성상 원하는 날, 신청한 일수만큼 나의 계획에 의해 신청했던 연차가 온전한 모습으로 승인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유럽 여행 좀 가보고 싶어서 7일을 신청했는데 3일만 나온다거나, 혹은 신청한 일수만큼 연차가 나왔지만 (연차/연차/스케줄/연차/연차) 중간에 스케줄이 들어가 있어 어디 여행 가기가 곤란한 정도?

즉, 내 계획과 의지대로 연차를 승인받기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



2019년 12월


 감정노동자인 나는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휴식이 간절했다.

 12월. 성수기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 연차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너무 지쳤어… 이번에도 반쪽짜리 연차를 받겠지, 아니? 연차가 며칠이라도 나와서 쉴 수 있다는 게 어디야!'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 아닌 위로하며 스케줄표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부터 기대와 절망에 빠져있었다.

 제발 단 며칠이라도 연차가 나오길 바라며 확인했던 12월의 비행 스케줄표.


 세상에 이런 일이! 기적이 일어났다.

좀처럼 원하는 대로 잘 나오지 않는 연차가 온전한 모습으로! 내 계획 그대로 반영되어 승인됐다.

마치 회사에서 내게 주는 선물인양 내 생일기간을 포함해 꽤 긴 기간 동안.


 며칠 만에 급하게 짐을 싸서 떠난 프랑스 파리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접했던 코로나19 소식.

이전에 감기같이 지나갔던 메르스, 사스처럼 이번에도 별 탈없이 지나가겠지 생각했었다.




2020년 03월


 탈캥거루족을 선언하며 서른이 넘어서야 용기를 내서 설레는 마음반 두려운 마음반으로 나의 첫 자취를 시 작했다.

 

어라?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했다.


 코로나19, 이 녀석 엄청난 기세를 펼치며 전 세계로 끝없이 확산되더니 결국 나의 삶에 큰 타격을 주었다.

조금 굴곡진 인생이긴 했으나 살아가는데 딱히 부족한 점 없이 여태 그냥 그렇게 지내온 것처럼 평탄할 줄 알았던 내 인생이 이때를 기점으로 뭔가 단단히 잘못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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