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기획사의 딜레마
드라마 <대행사>를 봤던 사람들은 안다.
현 기획 종사자나 광고 대행사, 심지어 에이전시들도 드라마를 안 봐도 그 일상 일대가 대행사와 비슷하다,,
하나의 회사에서 외부 사정을 떠나 내부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오피스 이야기이다.
나 또한 그 무리 중에 하나이며, 심지어 추노하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
(그래봤자 프리랜서 취급하는 운영팀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획팀과 운영팀은
하루하루 싸움의 연속이지만
늘 화해와 타협의 일상이기도 하다.
난 운영팀에 있다.
운영팀이란 행사현장팀이자 실행팀이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기획팀에서 던져준 프로젝트 매뉴얼과 문서를 바탕으로 현장을 스케칭해야한다.
이게 참 말이 쉽지 현장은 늘 변수 가득하다.
오죽하면 이번에 여러 시승식을 다녀와도 전혀 일맥상통하는 꼴을 못 보았다.
이론은 이론일까. 그건 나도 알고 개도 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기획팀과 회식을 해도 답은 안 나와 있고
그 유명한 부서 이기주의 만연한 꼴을 계속 눈 동공 속에 담아 산다.
기획팀과 어느 날 행사가 끝나고 피드백 회의 겸
회식을 가졌다. 장소는 망원동의 어느 선술집이었다.
기획 막내는 이런 분위기 좋다며 막걸리에 취해갔다.
그러곤 나와 일면식 없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나에게
pm 역할 하느라 고생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pm이 아니야..... 현장팀이라고...
이 녀석 pm이랑 현장 운영팀 구별을 못하는가 싶더니
아직 신입 초짜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슬슬 자기가 갑인것 마냥 피피티 제안서 매뉴얼을 광고주와 계속
이야기하며 본인 스스로 이겨냈다고 피드백을 주구장창하길래
"와 너 진짜 수고했다. 아무렴 이겨내고 또 다음 행사 때 좀 쉬운걸로 기획해주렴~"
(선임들이 디자인이란 제안서 도와줬겠지 이눔아..)
기분 좋게 돌려 말했더니 뭔가 눈치를 못 챘는지
아니면 아니 꼬운지
"제가 만든건 단순 문서가 아니라 행사 기획의 80프로 다 만들었다구요. 오히려 절 하셔야죠!"
(내 고막에 문제가 있던건 아니지..? xxx)
라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무너뜨렸다.
3초간 침묵은 가까스로 기획팀 어느 과장님 만류로 넘어갔지만
우리 운영팀은 영 시원치 않았고 갑자기 운영 실장님이 우리를 부르더니
나 저새끼 꼴 못보겠다며 어떻게 요즈음 제정신 차린 애들 없냐고 시류 한탄하셨다.
문제점은 지금부터 발단이다.
기획팀 또한 막내의 발언이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를
유도리 있게 이어가지 않고 오히려 막내 실수라며 용서해주면 안되냐는 첫번째 잘못.
거기서 일단 참았다.. 그래 막내니까 뭘 알겠나..
하지만 본인들도 기획팀에서 무한 야근에 광고주 미팅에 밤낮 새벽 할것없이 피드백 받았기에
운영팀에서는 행사 결과만 잘 만들면 되지 않나며 막내편을 들어준게 두번째,
그 상황에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고 실장님은 바로 맥주컵을 던질 기세였지만 잘 참으셨다고 한다.
막내편을 떠나서 기획팀의 갑질 언행은 여전히 진행했다.
아니꼽게 들릴 어휘 선정 실수도 있다. 술기운에 괜스레 팔이 안으로 굽는거지.
그러더니 중간에 실세였던 영업팀 형님이 오셔서 전반적으로 중재를 해주셨지만
그 형님 또한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다.
"기획팀도 열심히 했고, 운영팀도 행사 마무리 잘했지만 결국 기획에서 수주를 딴거니 운영팀은 좀 양해해줘.."
사실 이건 부서 이기주의를 떠나서 전반적인 대행사 관례 중 가장 악질적이고 아직도 폐단인 편견이다.
그리고 무탈없이 행사를 했으면 서로 화목하게 이겨내야 하는데 감히 조롱 추임새를 피우는 막내는 용서못했다.
짬밥 없는 난 조용히 넘어가려 했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뒹굴며 울분을 토한 형님들은 이 사무직 막내를 용서 못했나보다.
다시는 자기들 면상에 막내놈 앉히거나 앞으로 소통할 때 이녀석말고 개념있는 pm급 애들 데리고 오란다...
(웃긴건 이 막내는 pm구별도 못하는 상황이라 얼떨결에 중간에 앉힌 pm은 당황스러워했다. 후)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pm들한테 온갖 구박을 듣고 개념을 뜯어고쳤다고 한다. 퇴사했는지 안했는지는 우리가 알바 아니고..
[기획팀 vs 운영팀]
드라마가 망친건 분명하다. 내부 고발과 사정이 더욱 심해졌다.
다행인건 우리 회사는 아직 중소기업 사업체이다. 분명 광고 대행사 대기업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대행사에서 퇴사했기에 가능했나? 그런건 궁금하지도 않다.
오히려 대행사 분위기를 더욱 안좋게 만든 드라마는 분명하다.
그래서 친구들은 대행사 이미지를 마치 화이트 컬러 vs 블루 컬러로 본다.
행사의 주체는 결국 우리 모두 포함인데 오히려 화이트 컬러들을 더 우월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난 그래서 이 드라마를 싫어한다.
기획팀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운영과 현장을 무시하는건 일상다반사이고
심지어 스탭과 슈퍼바이저, 에이전시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대행사와 에이전시는 상부상조해야 하는데 가끔 개념없는
사무직에만 혈안된 pm들이 현장에서 뭐 까분다고 개념없이 나대는 꼴을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나이는 20대 중반 ~ 30대 초반.
그래봤자 나와 비슷한 연령대가 오면 소통이 되는데 전혀 되질 않는다.
매뉴얼대로 하란다. 그런 꼴에서 신물난다. 현장 변수란걸 모른다. 짬바 있는 형님들도 알아서 하라고 한다.
그래놓고 나중에 광고주한테 혼나면 개념없는 pm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현장상황마다 다른걸 뻔히 아는데 왜 유도리 있게 못해요?"
ㅇ_ㅇ?
=_=
지가 유도리 안잡고 일하면서 뭔 명령을 일방적으로 내리는지 참 이해가 안간다.
젊은 꼰대도 제 값이 있다. 일 잘하고 능력있는 젊꼰은 이해한다. 그런데 일 못하면 일방적 오더 주둥이라도 닥쳐야하는거 아닌가싶다.
협의를 맺던가 아니면 조용히 세팅날 밤에 술 한잔하며 행사를 좋게 꾸려가던가 해야하는데 지 말이 다 값이란다.
개념 없는 것들을 위해 한번은 행사를 조질 생각으로 진행하려 했다.
웃긴건 광고주가 pm이랑 소통이 안되어서 오히려 행사 운영팀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여기 총괄 관리자가 누구고 저는 누구와 소통해야 하나요?"
라고 어느 젊은 광고주가 하소연할 정도면 말 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행사 중 여러 사건이 많았다.
정상적인 행사 pm은 미리 광고주와 협의하고 사전 조사를 해야 하고 예상 질문 시나리오를 짜야 하며 현장에 맞게끔 대처를 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현장 인스펙션에 미리 일찍 와서 현장 검토와 현지 사정을 꿰뚫을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현장 부스 업체, 협력업체들과 인사는 기본이다. 기본 예우라고!
오히려 현장팀에게 떠맡기고 광고주 컴플레인을 우리에게 덮어씌우더라. 그럼 누굴 원망해야 할까. 기획팀 자체를 원망할까.
아니면 애초에 소통 따위 일방적 상하 구조인 회사를 원망할까. 아니면 그냥 운영팀 스스로인 나를 후회해야 할까. 각종 생각이 난무하더라.
더군다나 행사 도면 ppt 파일 누락과 광고주가 봐야 할 현장 문서 오탈로 표정 찡그리던 광고주....
행사팀이 봐야 할 q-sheet도 심지어 준비 안 해놓고 다시 사무실로 가야 한단다.
(아니... 그냥... 기획팀 잔류인원에게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해 ㅠㅠㅁㅊ)
콘솔 운용과 음향, 조명팀들이 봐야 할 무대 시안도 준비 안 해놓음. (와우)
와 이건 회사 전체가 욕먹어야 할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이건 그냥 회사 오너가 엎드리고 미안하다고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조용히 넘어갔기에 다행이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소홀히 하고 게을리했던 pm 자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던 우리는 과연 얘를 어떻게 믿고 pm 대접을 해줘야 할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서로 화목할 수 없는걸까.
아니면 개념 없는 녀석들을 걸러야할까.
생각해보면 나 또한 어릴적 우물안 개구리였고
올챙이 시절 기억 못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실수를 하면 더욱 열심히 메꾸려고 노력하는 과정 보여주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시행착오 DB를 만들어
공유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왜 요즈음 왜그래 애들아..
이게 매번 행사 시즌이 가면갈수록 더욱 뚜렷하게 눈에 선하다.
바꾸면 된다고 너희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스스로 바뀌질 않고 사회탓, 환경탓, 남탓하는 그 자체에 신물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싶어서 도저히 답이 안나와
이렇게 그저 글로 하소연을 할 뿐이다.
나와 짬밥 비스무리한 기획팀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 하련다.
S 대리님 : 차라리 거기가 나을지도 몰라. 기획은 한계가 있어. 드라마가 만든 허상이다. 오피스 드라마가 제일 큰 악연이다 생각한다. 뭐 여기서 아는 동종업계 지인들끼리 나가서 사업 차려도 내가 사장이나 오너가 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 돈 많이 벌고 차라리 너가 사업체 차려라.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행사 인맥 많이 만들어라.
나 : 그게 말이야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