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을 한다는 것 #3

우리만 알고 있는 성실함

by 모설이

새벽 4시 50분, 첫 알람이 울린다.

이때 일어날 수 있다면 럭키. 그 후로 5분 간격으로 5개의 알람이 더 맞춰져 있다. 5시 반까지 '굿모닝'이라는 카톡을 보내지 않으면 친구가 카톡을 보내고, 그래도 답이 없으면 45분쯤에는 전화를 한다.


오픈 초반에 몇 번, 늦잠을 잤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나름 아침형 인간이라 출근 전까지 3시간 정도 여유 있게 새벽 시간을 썼었다. 첫 알람이 울리기 전에 가뿐한 몸과 정신으로 눈을 떴고, 가벼운 집안일도 끝낼 수 있었다. 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24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몇 시간을 자는지, 몇 시간을 내리 서있었는지, 지금이 무슨 요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지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냥 흘러간 시간이 있을 뿐이다. 슬프지는 않지만, 늙어가는 과정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겨울철에는 아침이라 부르기엔 조금 어두운 시간에 가게에 도착한다.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저렇게 맞춰진 순서에 따라 오픈 준비를 한다. 매일 아침,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 오픈 준비는 9시를 넘길 때도 있지만 이제는 제법 요령이 붙어서 급한 것만 먼저 끝내고 차례대로 더 끝낸다.


오픈 준비가 끝나면 나는 설거지를 시작하고, 친구는 우리가 먹을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한다. 어떤 날은 10시 반쯤 모든 게 끝나서 자리를 잡고 앉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앉을 짬이 나서 다 식은 걸 먹기도 한다. 대부분은 11시쯤 시작해 30분 정도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밥을 먹는다. 살림을 꼼꼼하게 잘했던 티가 여기서도 난다. 버리는 식재료 없이, 겹치는 메뉴 없이, 매일 다른 음식을 차려주는 친구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맛있게,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먹는다.


틈틈이 주문들을 쳐낼 땐 '우리도 이제 제법이네' 싶다가도 '밥 한 끼 맘 편히 못 먹네'하는 생각에 괜히 불퉁해지기도 한다. 밥을 먹는 내내 아무 주문도 없는 날은 편히 먹어서 '아이~ 조오타~' 하다가도 '이래도 되나?' 싶다. 자영업자의 마음은 참으로 바람 앞의 갈대 같이 휘청인다.


모든 재료들을 수제로 만들고, 소량만 만든다. 그러니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일은 끊임이 없다. 묵은 재료는 쓰지 않으니 음식 쓰레기를 줄이려면 재료 준비도 중간중간 해야만 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해야 할 것도 많다. 선택의 결과다. 타협이 안되니 몸이 고되다. 맘 편하고 싶으니 몸이 고돼도 이걸 선택했는데, 가끔은 이게 미련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매일 마감 때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버리고 씻어낸다. 식기세척기가 없는 작은 가게라 손설거지를 하다 보면 이곳이 바로 <설거지옥>이구나 싶다. 마지막으로 싱크대 물기를 닦아낸 행주를 삶는다.


포스기의 <마감정산> 버튼을 누르면, 가게에서의 하루가 끝난다. 평균 14시간을 이 가게에서 성실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모든 성실함은 서로만 알고 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상순이 의자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사포질 하는 모습을 보고 이효리가 그걸 누가 안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이상순이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잖아."


우리는 서로의 성실함의 증인이 된다. 나 말고 한 명 더. 이 성실한 하루를 함.께.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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