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로스 저 / 알에이치코리아
내가 조직을 떠나 1인 기업으로 독립한지도 2년이 되어간다. 올해 초에 '자기설계연구소' 라는 상호를 등록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받았을 때, 비로소 나도 정식 '사업가'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자부심과 현실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었다. 세상 모두가 내 비즈니스를 도와줄 것 같았지만, 1인 기업의 대표로서 살아가는 일상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조직에서는 해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시도가 나의 성장에 기여한 것은 맞다. 지금도 나는 조직을 떠난 것에는 후회가 없다.
사업가의 방정식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1인 기업의 삶을 돌아보는 책이 없을까 여러 책을 살펴보던 차에 마침 본 매거진의 세무 관련 필자이신 심대원 세무사께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데, 원서의 제목은 <The Entrepreneur Equation>이다. 굳이 번역을 하자면 '사업가 방정식'으로 볼 수 있겠는데, 책의 내용 또한 방정식을 풀어가듯이 사업을 함에 있어 하나하나의 모든 변수들을 꼼꼼히 짚어준다. 달리 보자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판단보다는 충동적으로 사업에 뛰어든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저자인 캐럴 로스는 이미 20대에 투자은행의 임원을 역임하고, 20년 가까이 수많은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비즈니스 부문의 뛰어난 전략가이자 미국의 간판 경제방송인 CNBC의 간판스타이기도 하다. 아울러, 번역을 맡은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 또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비롯한 경영컨설팅의 전문가로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먼저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부터 전하자면 멘붕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이 책에 따르면 나는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게 나았다.
죠비(Jobby)와 잡-비즈니스(Job-Business)
이 책은 대략 31개의 챕터에 걸쳐서 당신이 사업을 해도 될지 계속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모든 챕터의 결론은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충고나 다름없다. 특히, 책의 초반부에 사업이라고 착각을 부르는 2가지 형태의 일을 설명한다. 하나는 죠비(Jobby)라고 칭하는 최소한의 임금도 벌지 못하면서 취미가 일이 된 케이스다. 다른 하나는 잡-비즈니스(Job-Business)로써 사업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직업인 케이스인데, 대부분 1인 기업처럼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업을 운영할 수 없는 경우이다.
특히, 사업가는 어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뛰어난 전문적인 기술이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인사/회계/마케팅/고객응대/인맥관리 등이 더 중요한 역량이었다. 물론, 투자 확보와 리스크 관리, 법적 책임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사업가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꿔 말하면, 이것을 모두 상쇄할 보상이 무엇일까 돌아보게 했다.
사업가의 길을 위한 준비
아마도 조직을 나오기 전에 이 책을 봤더라면, 사업가로서의 독립에 대하여 한 번쯤 더 고민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에서 간과했던 점은 지금 직장인들의 상황이 저자의 주장대로 계속 회사에 머무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무능력한 상사와 불합리한 업무에 실망하여 떠나고자 하는 것도 맞지만, 은퇴의 나이까지 회사에 남을 수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회사의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사업을 영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 책에서조차 크라이슬러를 비롯하여 사라져 간 기업들을 사례로 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의 활용법은 사업이 힘드니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빈틈없이 사업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업의 운명을 타고 난 듯한 사람도 있지만, 그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미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무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팁을 알려 줄 것이고, 그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가보지 못한 길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책의 제목처럼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라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월간 매거진 <나는 1인기업가다> 2018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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