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임 May 20. 2023

딜리에서의 색다른 쇼핑, 동티모르 6

오늘 하루도 이곳에서의 나의 호흡을 글로 쓴다.


 주말이 되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선생님들과 코에 바람도 넣을 겸 짧은 외출을 한다. “오비”라고 불리는 구제 옷시장에 갔다. 한국의 재래시장 같은 모양새이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에서 온 중고 재활용 옷으로 넘쳐난다.    

  

 동티의 수도인 딜리에서조차 새 옷을 판매하는 상점은 극히 보기 힘들다. 호기심에 구경하러 한두 번 오비에 가 본 적이 있다. 번듯한 상점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블로그의 정보를 통해 오비에 대해 몇 번 듣기는 했다. 실제로 보고 나서 많이 놀랐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재활용 옷들이 오는 거지? 내가 한국에서 옷정리 한답시고 내다 버린 옷들이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 듯했다. 난전에 천막이나 양철로 가림막을 친 지붕 아래에 빼곡한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옷들이 걸려있다. 요령 있게 옷을 살펴봐야 상태가 양호한 옷을 득템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보통 개당 1달러 수준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물류비 상승으로 최하가 2~3달러부터 가격이 매겨졌다. 원피스나 청바지는 5불 이상씩 호가가 정해졌다.    

 

 재래시장에서 깎는 재미가 없으면 심심하다. 어떤 상인들은 대놓고 “얼마면 살 꺼니?”하고 묻는다. 적당한 선에서 호가를 부르며 웃으면서 지갑을 열다 보면 금방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한국에서의 옷 하나 값도 안 되는 소비에도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오비시장을 돌아다닌다.      


 한 보따리씩 들고 기숙사에 도착해서는 2차전이 시작된다. 아쉽게도 오비시장에서는 착용이 힘들다. 눈대충으로 일단 구매한 뒤에 숙소에 와서 입어본다. 사이즈가 크거나 작으면 선생님들끼리 돌려 막기가 아닌 나눠주기가 시작된다. 어떤 날은 내가 돈 주고 산 옷보다 나눔으로 받은 옷이 더 많은 날이 있다.      


 무료한 딜리에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오비시장 투어는 한 달에 한 번 고정적으로 가기로 했다. 옷 고르는 눈썰미도 나아지고 있다.      


 이동에 제한도 많고, 갈 만한 곳도 많지 않은 이곳에서의 삶이 문득문득 허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향수병 비슷한 분위기에 감정의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외로움이 있듯이, 고군분투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오늘 하루도 이곳에서의 나의 호흡을 글로 쓴다. 

 글이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물 받으러 가자, 동티모르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