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그들을 기다려본다.
“알베스 소아레스?”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다. 출석을 부르는데 결석생들이 많다. 돌아오는 대답은 “산에 있어요.” 교육생들이 아직 산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전 이 나라에 선거가 치러졌다. 국민들이 정치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투표는 모두 참여하는 거 같다. 마을마다 이장이 있는데, 마을 대소사를 관리하는 직책으로 권력 또한 상당하다. 이장이 집집마다 투표 독려를 하고, 도시에 있는 젊은이들까지 소환시킨다. 부재자 투표 시스템이 없어서 고향에 주소지를 둔 사람들은 명절길 귀향처럼 내려갔다. 투표일 다음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만큼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
고향에 간다는 말을 동티 사람들은 산에 간다고 표현한다. 알고 보니 정말 집들이 모두 산에 있었다.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산 중턱에 집들이 듬섬듬섬 있었다. 옛날 한국의 산 아래 판자촌을 연상시켰다.
몇 년 전에 코이카 단원으로 근무한 김쌤이 우리들에게는 동티의 네이버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척척 알려 주신다. 우리가 거주하는 딜리는 동티의 수도이며,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다소 구축되어 있는 정도이다.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서 살기 시작한 역사가 길지가 않단다.
케이블 방송에 ‘자연인으로 산다’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귀촌 등등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도시를 떠나 시골로 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면에 동티는 생활이 나아지면 산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산에서 주로 뭐 하냐고 물으면 농사짓는다는 사람이 많다. 시골 내려가는 차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짐보따리가 가득하다.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에서는 도시에서 가져온 물건 하나하나가 귀하다. 고향 집 가족을 생각하며 바라바리 싸들고 내려가는 이의 마음이 온전히 와닿는다.
그나저나 고향으로 간 녀석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시험일은 다가오는데 우리 선생님들만 애가 탄다.
“애들아, 한국 가는 게 쉽지가 않아. 너희들처럼 공부했다가는 우수수 시험에 떨어져. 얼른 학교로 돌아와라.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아.” 매일 단체 톡방에 독려 문자를 보내도 돌아오는 답변은 해맑은 이모티콘이다. 시험이 끝나도 교육생들이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옥수수알 빠진 거처럼 군데군데 빈 책상을 보고 있자니 힘이 빠진다.
그래도 나는 그들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