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변함없이 수탉은 시간에 맞춰 나를 깨운다.
“꼬끼오 오오오오”
오늘도 어김없이 옆 집의 수탉이 목청을 찢는다. 밖은 아직 어둠에 깔려 있지만 저 녀석의 첫 울음소리는 새벽 4~5시 언저리다.
적당히 울어도 될법한데,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3 옥타브를 훌쩍 넘길 정도로 악을 쓴다. 마치 ‘이 정도로 소리 지르는데도 안 일어나니?’ 하며 심술부리는 거 같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내 방문을 열고 복도를 몇 발자국 걸으면 큐티(고양이)가 점프하며 다가온다. 나의 발길을 가로막고 바닥에 바짝 누워 쭉쭉 기지개를 켠다. 큐티만의 요가 포즈를 맘껏 뽐낸다.
“큐티, 안녕.”
기숙사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현관문을 열어둬야 한다. 도어의 잠금을 해제하고 문을 밖으로 미는데 잘 열리지 않는다. 떡대 같은 브라우니(셰퍼드 품종의 개)가 문 앞에 버티고 있다.
“브라우니, 궁둥이 좀 치워.”
나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출근길 대문을 열고 나서면 누런 소 두세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길가의 휴지통을 뒤지고 있다. 길 위에 방금 배출한 질퍼덕한 소똥들이 즐비하다.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잘못 밟았다가는 똥도장 찍을 수 있다. 학교 가는 방향으로 개울가가 있다. 비가 안 와서 바닥이 삐쩍 말랐다. 집집마다 염소들을 데려와 그곳에 풀어놓는다. 풀조차 구경하기 힘든 돌밭에서 염소들이 뭘 먹을지 궁금하다. 매일같이 염소 떼가 있는 걸 보면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겠지.
동티에서는 돼지가 소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 결혼을 하려면 신랑이 신부의 집에 돼지를 줘야 한다. 신부의 외모에 따라 돼지 수가 다르다. 이쁜 딸을 둔 부모는 많은 돼지를 받는다. 남자가 여자에게 돼지를 줄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만이 결혼식을 할 수 있다. 신부의 가치는 돼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로 가늠한다. 1등급 신부라는 표현이 아닌, 돼지 몇 마리 신부로 화자 된다. 선생님들끼리 농담으로 “ 나는 돼지 몇 마리 일까?”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귀한 손님에게는 닭을 선물하기도 한다. 어느 선생님이 학생 집을 방문했을 때 닭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다리를 끈으로 꽁꽁 묶어서 들고 왔다. 현지 로컬 직원에게 키우라고 건네줬는데, 그 이후의 생사 여부는 굳이 묻지 않았다.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에나 가면 볼 수 있었던 가축들과의 조우가 지금 이곳에서는 일상이 되었다. 간혹 새벽에 눈이 뜨여 멍하니 침대에 누워 ‘닭이 울 때가 되었을 건데...’ 시계도 없고, 책상 위의 휴대폰을 확인하기 귀찮아서 어림짐작으로 시간을 가름해보기도 한다.
“꼬끼오 오오오오”
오늘도 변함없이 수탉은 시간에 맞춰 나를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