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서 일해서 돈 모으면 뭐 할 거니?”
뜨겁고 메마른 건기 날씨가 최고조에 달했다. 한낮에는 정수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다. 비 구경 못한 지가 몇 달째다. 적도 부근과 가까운 동티는 아침 햇빛도 따갑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의 체력시험 준비로 각 반 마다 분주하다. 연습할 만한 도구들이 기존에 만들어진 것이 없다 보니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궁여지책으로 손을 모아 만들었다. 포대 자루에 모래를 담아 짐운반 연습을 했다. 운동장 바닥에 분필로 코스를 그려 손수레 끌기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듯 하나둘씩 준비하다 보니 얼추 구색을 갖추었다.
그늘 한 점 없는 운동장에서도 학생들은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와 주었다. 무거운 모래 자루를 들고 제한된 시간 안에 들어오기 위해 달렸다. 왜소한 몸집의 몇몇 애들은 몸이 휘청거렸다. 손수레 끌기는 운전코스 시험과 유사한 S자 T자 코스의 선을 밣지 않고 통과해야 한다. 땀으로 학생들은 멱을 감았다. 얼추 연습을 마치고 나무 밑으로 모여 휴식을 취했다.
“선생님, 힘들어요.”
아이처럼 한 두 명이 투정 피우더니, 급기야 모두 힘들다며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힘들지? 한국 가는 거 자체가 힘든 거야. 그런데 그거 아니?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이 가장 쉬워. 정작 한국에 가서 일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
동티의 사람들은 한국에 가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만 할 뿐, 그 일이 얼마나 고되다는 것은 모른다. 노동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바라보자니 맘이 짠하다. 시험에 통과하여 부푼 가슴을 안고 한국행에 오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밋빛 그림을 그린다. 현실은 녹녹지 않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서 불편함을 넘어 서러운 일도 많을 것이다.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행여 인성이 나쁜 사장님을 만날 수도 있다. 시험 합격 만으로 들떠서 마냥 행복해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맘은 여러 갈래다. 물가에 내놓는 어린아이와도 같다.
“한국 가서 일해서 돈 모으면 뭐 할 거니?”
땅을 사겠다, 집을 사겠다, 장사할 밑천을 마련하겠다, 결혼을 하겠다 등등 다양하다. 간혹 동생들 공부시키겠다는 학생도 있다. 결혼해서 아이가 딸린 나이가 좀 있는 고메즈는 아내와 자식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단다.
“그래, 선생님은 여러분들의 꿈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도할게요. 우리 이제 한 번씩만 더 연습하고 마칠까요?”
싫은 내색 안 하고 주춤주춤 일어나더니 다시 손수레를 끌었다.
학생들은 오늘 이 땡볕 아래서 옹기종기 모여 체력시험 연습한 것을 어떻게 기억할까? 5년 10년 뒤에는 이들의 소망들이 이루어져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