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실까?
우기철이라서 비가 매일 내린다. 간밤에도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에서야 멈췄다. 대문을 열고 나서니 동네 골목에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렸다. 나는 종종 이 내음을 시골 냄새라고 부른다. 유년 시절에 외갓집에 가서 맡았던 냄새와 흡사하다. 간혹 우리는 어린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그 시절로 잠시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동티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의 시간에서 50~60년은 거슬러 올라감을 느낀다.
외삼촌이 사진첩 정리하다가 발견하셨다면서 오랜 빛바랜 사진을 나에게 보내셨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쯤 되었을 때 할머니, 부모님, 동생들과 식물원 놀러 가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반가움에 동생들과 사진을 공유했다. 동생들의 반응이 다들 같았다.
“우리 부모님 정말 젊으셨네.”
“나는 자식 하나 키우기도 힘든 데 우리 부모님은 셋을 어찌 키웠을까?”
“우리 부모님도 30대가 있었구나.”
사진 한 장을 놓고 우리 삼 남매는 단톡방에서 부모님과의 추억을 한참이나 풀어놓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아빠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실까? 지금의 우리보다 더 젊은 사진 속의 그 시간으로 가고 싶을까?
엄마가 오래전부터 교체하고 싶어 하던 주방 싱크대를 바꿔드렸다. 하는 김에 안방의 옷장과 문갑도 색깔 맞춤하여 구비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다.
“역시 돈이 좋구나. 이렇게 새 단장하고 나니 새 집 같다. 내가 얼마나 오래 살다 갈지도 모르는데... 다 사용하지도 못하고 아까워서 어쩌냐.”
“엄마, 앞으로 20년은 사용하고 가세요. 아까우니 일찍 가시면 안 돼요.” 서로 까르르 웃었다.
엄마아빠는 어쩌면 지나간 세월의 시간보다도 앞으로의 시간이 더 간절하실 것이다. 매년 세간살이를 하나씩 바꿔 드리면 엄마아빠의 시간이 리셋되어 오래도록 우리들 곁에 계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