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쁜 날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본디아 20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한국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먼저 제조업 파트 시험이 치러졌다. 드림 코리아의 꿈을 가진 동티의 젊은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험이다. 일 년에 한 번 시행하고, 총 한 시간가량의 시험으로 등락이 나눠지면서 희비가 교차한다. 국가고시와도 같은 한국어 시험에 온 가족의 희망과 기대를 안고 시험장에 들어선다.
몇 달에 걸쳐서 진행되는 시험 기간 동안 우리 선생님들도 바쁘다. 불합격한 학생들을 위로도 해줘야 하고, 합격한 학생들은 축하와 함께 2차 시험 격인 스킬테스트와 인터뷰 준비를 도와줘야 한다. 시험장 안에서의 풍경도 가지가지이다. 태블릿 PC로 시험을 치다 보니, 시험 종료와 함께 바로 채점되어 점수를 확인하고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다. 기도하는 사람, 고개를 푹 숙인 사람, 벌벌 떠는 사람, 흐느끼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우리 반의 리우린도라는 녀석이 시험을 쳤다. 평소에 열심히 해서 무난하게 합격할 꺼라 생각했다. 시험이 종료되고 점수가 발표되고 동시에 합격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녀석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녀석이 흐느낀다. ‘ 에고, 떨어졌나 보다.’ 하며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고민했다. 녀석이 계속 울면서 시험장을 퇴장했다. 나를 발견하더니 달려와서 내 손에 입을 맞췄다. 알고 보니 높은 점수로 리우린도는 합격을 했다.
“ 왜 우는 거야?”
“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 뭐라고? 언제? 오늘?”
“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리우린도는 생애 최고로 기쁜 오늘 같은 날, 작년에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하염없이 울었다. 자식은 가장 좋은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싶었을 것이고, 부모는 자식의 든든한 모습을 보고 눈을 감고 싶었을 것이다. 자식의 바람대로 부모님이 오래 곁에 있어주면 얼마나 좋으랴.
호주에서 거주하는 딸이 종종 페이스북에 스토리를 올린다.
“ 엄마, 내가 왜 스토리 올리는 줄 알아? 엄마가 보라고 올리는 거야.”
딸은 본인의 일상을 그렇게나마 엄마에게 알리고 싶었나 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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