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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언가 Feb 21. 2023

불온한 이미지 : 파이드라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언제나 꿈꾸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둘도 없이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 꼽겠다.  추가하자면 잃을 것에서 '자신'까지 포함한 사람이다. 침대에  늘어져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람은 아테나이의  테세우스의 아내 파이드라이다. 그녀는 히폴리토스를 아들로 두고 있는 테세우스와 재혼하였는데 비극은 축복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녀는 의붓아들인 히폴리토스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결국 그녀는 히폴리토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였으나 순결한 청년이었던 히폴리토스는 새어머니인 그녀의 고백을 거절하였다.  그림은 고백을 거절당한  파이드라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치심을 앙갚음으로 되풀기 위해 광기에 빠져있다. 일전에 누군가 앙갚음은 되로 주고 되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엄의 회복'을 뜻한다고 했다. 수치심을 겪는 자가 선택하는 큰 가지의 수는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살 또는 앙갚음이다. 그녀의 광기는 두 가지의 선택지에 두 가지의 답을 내놓았다. 자살로 앙갚음하리라.


그녀는 자살하며 자신의 남편인 테세우스에게 편지를 남긴다. 의붓아들 히폴리토스의 겁탈로 인해 자신이 자살한다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의 유서를 받아 든 테세우스는 분노에 휩싸여 포세이돈에게 간청한다. 아들 히폴리토스를 죽여달라고.


죄 없는 히폴리포스는 아버지 테세우스에게 추방당하여 마차를 끌고 떠나는데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 괴물에 놀란 말들이 히폴리포스를 질질 끌고 달려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만다.



이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각색한 줄스 다신의 영화 <페드라>에선 파이드라와 히폴리토스가 서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휘말리는 관계로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앤서니 퍼킨스의 비명과 함께 찢어질 듯이 고함친다. 사랑이 죽음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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