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똑같이가 아니었던 현실
사실 우리 부부의 기념일은 다른 기념일과 비슷하게 겹친다. 5월 7일은 사귀기로 했던 날이고, 내 생일은 결혼기념일이니 벌써 두 가지가 겹친다.
우리 부부는 5월 7일을 기념하는 대신 어버이날을 먼저 챙기기로 했다. 5월 8일 일정이 안된다고 해서 7일 날 인사리고 양가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버이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었다.
어버이날 준비를 위한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안건은"용돈은 얼마를 해야 하는가?"였다.
남편은 양가 부모님 똑같이 하자고 했지만 나는 달랐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친정부모님께는 어버이날이 아니어도 평소에 연락도 자주 하고 많이 챙겨드리는 편이지만 시부모님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무리 잘해주셔도 부모님께 하는 것보다는 조금 어려웠다. 늘 사랑으로 대해 주시는 마음은 알고 있는데 표현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어머니께서 반찬도 자주 해서 남편 통해 보내주시기도 하고 용돈도 가끔 주시는데 막상 나는 해드린 게 없는 거 같아 더 신경 쓰였다.
그래서 얼마 차이는 안 나지만 시부모님께 용돈을 더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해주시는 것에 비해 많이는 못 드렸다는 게 신경 쓰였고, 남편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양가 부모님 용돈을 다르게 준비했다.
두 번째 안건은 "어디를 먼저 가는가?"였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고 시간이 많지 않아 하루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하고 대화를 했다. 중요한 건 아니라서 그냥 쿨하게 정했다. 점심때는 친정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은 시댁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밥은 밖에서 먹을지 집에서 먹을지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했는데 친정 부모님은 밖에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외식을 했고 시댁에서는 시어머니가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셔서 함께 밥을 먹었다.
결혼 전에는 뭐든 똑같이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첫 어버이날인데 작은 이벤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귀여운 이벤트를 준비했다. 4월부터 주문해둔 건데 바로 감사장과 용돈이 들어있는 피자박스를 준비했다.
피자를 포장해온 것처럼 가져가서 펼쳐보시게 했는데 피자가 왜 이렇게 가볍냐고 물어보는 부모님께 먹다 남은 피자라며 연기하는 우리 부부도 서로 눈치 보며 키득키득거렸다. 피자를 먹으려고 끈을 풀고 뚜껑을 여는 그 순간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열면 박스만 한 크기의 감사장이 먼저 보였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감사장의 글을 읽고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감사장 뒤에 있던 피자판을 보신다. 그 피자판에는 돈이 동그랗게 깔려 있었는데 깜짝 놀라시면서도 참 좋아셨다. (역시 용돈이 좋다) 그래도 준비한 정성에 더 감동하신 것 같았다.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 우리 부부도 재밌었다.
시댁에서 밥을 먹고 집에 가려 인사할 때, 무슨 마음이 들었지 이런 멘트를 남겼다.
"어머님, 아버님 오빠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ㅎㅎㅎㅎ( 바르게 키워주셔서도 아니고 낳아주셔서라니..ㅎ누가 보면 생일인 줄 알겠지만 어버이날이다. 여하튼!! 비슷한 의미니 시부모님께서 알아들으셨을 거라 생각하면서 ㅎㅎㅎ ) 그래도 나의 귀여운 멘트에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답을 해주셨다.
"우리 가족이 되어주어서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따뜻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작고 소중한 이벤트를 하며 추억 하나 쌓고 결혼 후 첫 어버이날은 마무리됐다.
5월 7일 우리의 기념일보다 부모님을 더 신경 쓰게 되었던 날이지만 그렇게 서로의 부모님을 신경 써주는 게 우리 부부의 사랑 표현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부담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어버이날, 평소 표현하지 못했다면 어버이날이라는 특별한 날의 힘을 빌려 사랑 표현 가득해보자.
그래서 5월 8일 또 카톡을 보냈다. [엄마 아빠, 어머님 아버님 ,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