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호 Feb 11. 2022

이왕이면 편하게 육아하자! 육아도 장비발!

100일의 기적이 뭔지는 모르겠다. 내가 느낀 기적이 있다면, 100일 이후부터는 열이 나도 입원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생후 50일 즘에 열이 나서 10일 입원했던 첫째를 생각하면 나에게 100일의 기적은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첫째라고 아내는 모유 수유를 했다. 부족한 열량을 분유로 보충했다. 둘째는 분유로 시작했다. 100일의 시간 동안 우리 부부도 아이 키우는 반복을 통해서 육아의 일상에 적응이 되었다. 이유식을 하기 전까지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분유 타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어서 금방 탈 수 있게 되었다. 기저귀 가는 것은 선수가 되었다.

  

육아는 끝이 없는 전쟁이다. 조금 쉬워질만 하니까 이제는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만들어야 보는 이유식을 위해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은 것 같다. 그렇게 미음으로 시작한 이유식을 시작했다.

  

락앤락 통 9개를 샀고, 냄비도 2개를 더 샀다. 간이 저울도 샀다. 그러니까 한번 이유식을 만들 때에 3일치 3식을 한꺼번에 만들었다. 배운대로 정해진 량을 저울에 올려서 맞췄다. 쫑쫑쫑 썰은 재료들을 넣어서 끓였다. 3구 가스레인지를 모두 켰으니, 왜 이렇게도 더운지. 먹어야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지 않는가. 그건 어른이나 아이의 구분이 필요없다. 잘 먹고 크기만 하면 된다. 요리는 정성이 아닌가. 소중한 우리 아이를 위해서 요리하는 시간의 더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로 이유식을 새롭게 만들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이유식을 만드는 회수가 이어지면서 요리는 정성이 아니라, 고생이라는 생각으로 점점 변해갔다. 아이가 얌전히 잘 있으면 다행이었지만, 떼라도 부리는 순간이 되면 요리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유식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요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요리에 집중할 수 없는 순간이 생기면서 요리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차라리 사서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그 순간부터 이유식 배달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곤 했었다. 요리하는 시간에 아이를 보는 것이 아이 정서 발달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부부는 끝까지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였다. 어떻게 보면 추억이고, 또 어떻게 보면 고생이기도 했다. 덕분에 요리하는 실력이 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식 만들기는 분명 육아에서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이유식을 먹이는 시기가 되면 ‘사먹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요리하는 정성만큼이나 그것이 하나의 스트레스가 된다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사먹는 것이다. 돈이 든다는 단점이 만큼이나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새롭게 등장한 간편식 만큼이나 요리는 모든 가정에서 피할 수 없는 부담감일 수 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어찌되었건 육아의 시간은 고되도 지나간다는 것이다. 육아의 하루는 정말 길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벌써 이렇게 컸어?’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는 빠르게 지나간다.

  

이왕이면 육아가 조금은 편했으면 한다. 육아가 기쁨으로 가득한 시간이기를 누구나 바라지만, 현실은 ‘육아는 힘든 시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육아하는 모습이 기쁨이라면 오늘의 저출산을 걱정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뭐든지 솔직해야 한다. 육아는 힘들다.

  

첫째를 키울 때에 우리집에는 건조기가 없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빨래를 돌렸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었고, 마른 빨래를 갰다. 그것을 반복했다. 아내와 첫째는 잠자기 위해 방에 들어갔고, 나는 그 놈의 빨래를 정리하기 위해서 거실에 앉았다. 나도 자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어떻게 하겠는가.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야 한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궁시렁 대는 것보다 빨리 처리하는게 현명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는 건조기를 샀다. 그리고 정말로 행복했다. 건조기 하나로 집안일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가전제품 중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에어컨이고 건조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집에는 식기 세척기도 있다. 설거지를 싫어하는 아내는 식기 세척기를 정말 좋아한다. 나는 식기 세척기에 식기 넣고 빼고 하는 시간이면 설거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래서 식기 세척기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 그러나 건조기는 아이 키우는 가정에는 필수다. 이건 저출산을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출산 선물로 주어야 한다. 그래야 육아하는 힘듦이 한가지 줄어든다.

  

유모차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우리는 처형이 사용하던 유모차를 받아서 사용했다. 퀴니 버즈였다. 바퀴가 커서 아주 좋았다. 그런데 스토케라는 유모차가 엄마들 사이에서는 인기였다. 자동차로 치면 벤츠 같은 외제 유모차였다. 지금은 한국 기업이 되었지만. 아주 비싼 유모차여서 그 유모차를 끌고 가면 엄마들의 눈은 그 유모차를 따라서 돌아갔다. 동네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본 나는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나도 그 유모차를 알게 되고 부터는 내 눈도 돌아가고 있었다. 외제차를 타면 얻게 되는 어떤 기분이 스토케라는 유모차를 끄는 엄마에게도 있어 보였다.

  

그래!! 육아는 장비발이다. 아무리 비싸도 그 비싼 유모차가 육아의 스트레스를 덜어만 준다면, 그건 장만해야 한다. 돈은 쓰기 위해서 버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과소비라고 욕하지 말자. 필요하다면 사는 것이다. 비혼이 늘어나고, 결혼도 안하는 시대에 저출산을 비판하지도 말자. 점점 더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시대에 젊은이들이 샤넬백이라도 하나 사서 기분을 내고 싶은 그 현실적인 욕망을 나는 존중하고 싶다. 그래서 육아도 엄마가 행복한 시간이기를 바라게 된다. 엄마가 기뻐야 아기도 기쁘다.

  

셋을 낳을 생각을 추호도 없지만, 만약에 셋째가 태어나면 우리도 스토케 하나 장만하자. 이유식도 사먹자. 내가 아내에게 제안할 내용들이다. 이왕이면 편하게 육아하자! 그것이 장비발이라면 돈 아끼지 말고 사자! 그것 아낀다고 부자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내의 행복을 위해. 브라보 마이 와이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