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란미 Sep 21. 2022

엄마, 나는 엄마 아빠랑 가까이 살기 참 잘한 것 같아

주부 15년 차가 매주 친정부모님 댁에 가는 이유

나도 가정이 생기고 한 사람의 아내가 되었으며 세 아이가 있지만 그래도 친정은 언제나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전쟁 같은 치열한 매일은 보내지만 나도 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매일 하늘을 바라보며 쉼을 바라고 여유를 꿈꾸게 된다. 


그래서 손 놓지 못하는 곳이 바로 친정집인 것 같다. 

나는 친정부모님 댁과 30분 거리에 살고 있다. 도시는 다르지만 운전하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같은 하늘 아래 마주하고 있다. 근처에 살아서 나는 한 달에 3~4번, 거의 매주마다 세 아이를 모두 데리고 친정집에 간다. 부 15년 차가 친정집에 매주 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가끔 주변을 돌아보면 친정부모님이 짐이라는 사람도 있다.  또한 더욱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나도 철이 없을 시절에 부모님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고 자만심 가득한 시절에는 나밖에 몰랐다. 그래서 부모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과 동등하게 나이가 들어가는 존재가 되고 나니 부모님의 그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 줄 알게 되었다. 


 내가 친정집에 가는 이유는 그때만큼은 주부이자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의 딸의 존재로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고, 때로는 엄마인 나보다 더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부모님 덕분에 그때만큼은 나도 발뻣고 잠도 자고,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책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사실 아이들이 조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나에게는 잔소리 폭탄이 시작되긴 한다. 매번 입 아프진 않은지 매일 나에게 잔소리를 하신다. 

"매일 아이들 머리 빗겨줬어? 양치질하라고 이야기했어? " 

"음식 가리지 말라고 옆에서 이야기를 해줘야지!"

등등 실수도 없이 폭탄 같은 잔소리가 나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덮을만한 나를 위한 여유와 쉼이 주어짐을 감사하며 매번 친정집에 가는 이유가 되었다. 


사실 딸들의 모두 출가한 뒤 두 분이서 적적해하는 나날을 보내며 아이들이 기다려졌을 것 같다. 

이때만큼은 기다렸다는 듯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곳도 구경 가고 재미있는 활동도 하는 재미를 어른들도 아이들과 북적북적하게 느끼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서 덩달아 나도 행복하게 느낀다. 


그런데 최근 친정부모님께서 퇴직을 기념으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가시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제 한 달 동안은 친정 안 가고 쉴 수 있다! 앗싸!'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한 달 동안 전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을 향한 부담감과 어려움에 나는 매일 지쳐만 갔고 부모님께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한 달 뒤 친정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는 날이 되었다. 아이들이 더 신나서 보고 싶었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반겨주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이제야 좀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여 만에 만난 부모님이 불편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바로 어제 헤어진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서로를 보면서 이게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자마자 재잘재잘 한 달 동안 못 만났던 수다를 떨면서 아이들의 재롱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한 달여 만에 만난 부모님이 너무 반갑게 느껴졌다. 이제야 홀가분한 느낌이 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 뒤 엄마와 단 둘이 카페를 갔다. 아이들은 잠시 아빠에게 맡겨둔 채 나와 엄마 단 둘만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는 엄마 아빠랑 가까이 살기 참 잘한 것 같아
"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이야기 지만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말을 했다. 부모님을 한 달 만에 만난 기념으로 예쁜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힐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에 이러한 평범한 순간이 다음에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말이 튀어나왔는지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전에 이미 말로 튀어나온 나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사실 친정부모님과 가까이 살면 말을 좀 더 조심하고 더욱더 세심하게 챙겨야 하고, 내가 받는 것 이상으로 많이 돌려드려야 하는 것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주 싸워서 사이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감소하고서라도 아이들의 엄마라는 무거운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곳이 나에게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의중을 알았는지, 엄마도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나도 치고받고 싸워도 가까이 살아서 좋다. 
"


가족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으로도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아무리 건강한 부모님도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고 병원도 더 자주 다니는 것을 보고 듣는다. 그럴 때에는 우리 부모님도 나이를 많이 드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에 나는 쉬는 핑계를 대고서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아이들 얼굴  한번 더 보여드리는 게 사실 내 속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매일 두 분만 적적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알기에 그때라도 말수 없는 내가 말동무도 해드리고 엄마와 아빠의 하소연 담당도 되어드리는 그 순간마다 오늘도 오기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매주 친정집 가도 되니 오래오래 우리 부모님께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