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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란미 Sep 25. 2022

딸에게 잔소리하는 엄마

지적과 간섭 사이에 아이러니 

 빠르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높고 파랗다 못해 투명한 하늘이 세상을 내려다 보듯 선선한 가을바람이 휘날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초등학생 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해보려고 한다.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아이가 태어났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지 아이의 부족함이 나에게는 커다랗게 느껴져 매일 잔소리를 하게 된다. 어제도 그제도 그전날에도 4학년인 아이에'책상 치워라' 이야기를 했지만 대답만 계속하고 전혀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해 동안 이야기도 해보고 대신 청소도 해주기도 해 보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짜증 섞인 말투로 '네' 대답만 하고 똑같은 상황이 발전이 없어서 어제는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책상 정리 해야지 밥도 주고 핸드폰도 돌려줄꺼야! 

책상 정리 해야지 밥도 주고 핸드폰도 돌려줄꺼야! 

그래서 도저히 참지 못해 핸드폰 압수했다. 깨끗하게 책상과 주변정리해야지 밥도 주고 핸드폰도 돌려준다고 화를 냈다. 그 순간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그제서야 꿈틀꿈틀 짜증 내면서 일어나 청소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자서 씩씩대면서 빗자루, 쓰레받기, 물티슈를 가지고 혼자서 청소를 장장 한 시간에 걸쳐서 청소를 하는 아이를 나는 지나가면서 힐끗힐끗 지켜보았다. 아직 요령을 몰랐던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자리 청소를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엄마 청소 다 했어요.

한 시간 넘게 혼자서 씩씩대며 청소를 모두 마친 아이는 나에게 왔다.

청소 상태를 보러 간 나는 아이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은 구석구석 청소를 더 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었다.


친정엄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통화하며 이야기 하는데, 나에게 말했다.

"아이가 얼마나 청소 잘하겠냐? 너 그 나이 때는 내가 다 해줬어. 뭘 그런 거 가지고 애를 잡고 그래?"

그 이야기를 듣는데 처음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기본적인 청소를 지적하는데 그게 잘못된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 무리하게 집안 모든 청소를 시킨 것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책상과 주변 정리를 하라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침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를 했지만 어쩐 일인지 유독 세 자녀 중 한 아이만 정리정돈이 안 되는 것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4년째 똑같은 나날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은 과연 조언일까? 지적일까? 그것도 아니면 간섭일까?'

'왜 이 아이만 유독 안 되는 거지? 이대로 놔두고 지켜봐야 맞는 걸까?'


 어른들은 크면 다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너희 어렸을 때도 다 그랬다고 하면서..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렸을 적에 안 그랬는데? 그런 기억이 없는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하면서 더욱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아주 기본이라고 생각해서 주변정리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마저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어떤 게 맞는 것인지 점차 고민이 된다.


 어떤 이는 성격은 바뀔 수 없듯이 성향은 변화지 않을 것이라고 그냥 포기하라고 이야기한다.

또 어떤 이는 나처럼 아이를 혼내면서 바꿔보려고 애쓰기도 한다.

시험처럼 정답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 것 또한 엄마인 나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될 사항인 것 같다.


 다행히 아이는 엄마가 화를 냈다는 눈치를 보지 않고 청소 다 하고 밥도 먹고 핸드폰도 돌려받아서 신나게 저녁을 보냈다. 그러고 보면 성격은 참 좋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매일 똑같은 잔소리를 유독 한 아이에게만 하는 모습을 보며 나와 남편은 매일 고민한다.

그냥 지켜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이렇게 알려주고 고치도록 하는 것이 맞는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래도 좀 부드럽게 이야기했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친정엄마의 말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랑받고 자라는 아이가 훨씬 정서에 좋다는 것을 알기에 꼭 내가 화를 냈어야만 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라는 무거운 무게로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지만 그 잡은 손이 과연 아이가 원하는 방향인지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늘은 아무 고민도 없이 파랗다 못해 하얗고 투명한데 내 마음은 뒤죽박죽 먹구름이 끼어있다.  그래도 아이가 엄마의 걱정과 우려의 마음을 단 1%만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한번 걸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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