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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란미 Sep 29. 2022

"내일 만나, 사랑해" 라는 가슴떨리는 인사

아이에게 또하나 이렇게 배운다. 

항상 어릴 것 같은 막내딸이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었다. 

매일 새초롬 한 막내딸이라 귀여움보다는 걱정을 많이 하게 하는 그런 딸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새삼 아이들을 보며 내가 나이가 들었는지 실감을 할 때가 자주 있다. 


무뚝뚝한 나를 닮아 빈말 못하고 위로도 잘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어쩔 때 아주 가끔은 나보다 더 마음 깊고 따뜻한 면을 보일 때마다 새삼 놀라곤 한다. 


그날도 여느 저녁과 다름없이 나는 야간 출근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아이도 저녁 먹고 씻으러 들어가다가 발걸음을 돌려서 나에게로 왔다. 


엄마 이제 출근해서 인사 못할 것 같아서 지금 인사하러 왔어.
잘 다녀오고 내일 만나 사랑해


매일 보는 얼굴, 내가 챙겨야 하는 가족이라고만 생각을 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는 나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 

내가 아이에게 그렇게 사랑을 주지도 못했는데, 

이 아이는 나에게 꾸밈없는 진심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 말이 며칠 째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 딸, 정말 많이 자랐구나..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새삼 부족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고 아이에게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하지만 

사실 귀찮고 힘들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와 나의 이기심으로 아이를 외롭게 하진 않았는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즈음에는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고, 엄마도 사람이라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나는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아이에게는 어떤 엄마로 비추어질 것인지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된다.


책 읽는 것도, 글 쓰는 것도, 다이어리 꾸미기, 영화감상, 나를 위한 휴식 등등등.. 

나를 위한 시간을 쏟는데 아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그러한 생각에 다다르니 조금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엄마가 오로지 나만 보고 몇십 년 동안 내가 출가할 때까지 헌신적인 사랑을 받아왔는데, 나는 내 생각 먼저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한 인사말에 나는 마음이 요동치게 된 것이다.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때 문득 내 마음 작은 한 곳에서 한 가지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지금 이대로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사실 하루아침에 변해서 잘해준다고 세상이 달라지거나 변화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되니 더 이상 뿌옇게 머리를 감쌌던 먹구름이 걷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 또 하나 내 아이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주는 데는 나이도 성별도 크기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엄마의 이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는 한 나는 더 이상 불안하지도, 쫓기지도 않으며 슬퍼하지도 않을 것 같다. 


별이 하늘을 수놓는 깜깜한 밤하늘 나는 또 하나의 생각의 크기를 넓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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