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

by 파도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확장해 본 경험이 있다. 확장이라는 단어는 보통 하나에서 둘이 될 때, 작은 가게에서 큰 가게로 이동할 때 쓰는 좋은 단어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단어인 확장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씨앗처럼 여기에도 저기에도 심어두었다는 말이다.


커피를 좋아합니다.

나는 커피를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마시게 되었다. 그전까지 내가 마신 건 인스턴트커피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몇 모금이었다. 성인이 되고서 카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카페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카페에 혼자 앉아있으면 책 한 권을 올려다 두게 되는데, 그래서 서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데려온다. 단순히 카페에 가서 전율을 느꼈던 경험이, 홀로 있을 때 기억나고 그 경험이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데려왔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다시금 알게 된 건 2년 정도 된 거 같다. 그저 카페에서 달달한 라떼를 좋아하다가 아주 가끔씩 핸드드립을 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씁쓸한 커피도 맛보고 과일향이 진하게 나는 커피도 마셔보고, 바리스타가 직접 내리며 꽃향기가 난다고 말씀하신 커피도 먹어보았다. 그러한 작은 경험들이 한 번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한 번의 경험은 내 뇌리에 오래 남아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오전 햇살을 좋아하게 되었다. 오전에 일어나 일기를 적고 난 후 방금 내린 커피를 마실 때 마침 햇살이 내 한쪽 얼굴을 비춘다. 그 순간을 오래 살고 싶다. 매번 아침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그러한 순진한 생각에 나는 모닝페이지 쓰는 순간을 좋아한다. 어젯밤에 했던 음울한 생각들도 그동안 있었던 찜찜한 일들도 상처받아 오래 생각했던 끈적거리는 기억도.


아침 햇살과 책상 위 커피에는 꼼짝 못 하고 지워진다. 그럼에도.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어려워한다. 알람에 눈을 떠도 침대에 머물고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다. 특히나 이불속에 더 있고 싶은 겨울에는.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소한 소원을 빌어본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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