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야 할 이유

by 레일라J

널따란 침대를 굴러다니며 자느라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하고 자는 아이. 아이 옆의 내 이부자리에 몸을 뉘이려다 다시 고쳐 앉아 이불 위에 나와 있는 곧게 뻗은 다리를 한쪽씩 이불 안에 쏘옥쏘옥 넣어주며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다 덮어준다. 이불을 덮어주기가 무섭게

다시 걷어차기 일쑤지만 다시 또 이불을 고쳐 덮어준다. 아가, 감기 걸릴라...


이불을 덮어주다 보면 언제 이만큼이나 큰 걸까라는 생각을 의례 하게 된다. 겨우내 아이 방에 웃바람이 든다는 이유로 또다시 한 방 안에서 널찍하게 붙여둔 침대에서 세 식구가 같이 잠을 잤더랬다.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언제고 엄마, 아빠와 자기 싫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외동인 우리 아들은 오늘도 엄마 손을 잡고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재차 해주다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볼을 쓰다듬어주다 오늘은 더럭 겁이 났다.


이 아이도 우리들이 그랬듯 어른이 되고 또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고 산다면 무거운 가장의 무게를 지고 그렇게 살아야겠지, 이 어리고 여린 아이가 세상의 풍파를 만나며 마음의 옹이가 생기고 나이테가 생겨가며 자라겠지... 힘든 일은 하나도 겪지 않게 해 주고픈데 그건 엄마의 이기적인 욕심이겠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커나갈 내 아이를 향한 안쓰러운 마음의 끝엔 지금부터의 내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미래의 너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면 내게 지금 주어진 이 순간들을 온전히 누리고 잘 사용하여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나중에 네가 엄마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잡고 일어날 수 있게끔 든든한 엄마가 되어줘야겠다. 하루하루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는 너 때문이구나. 오늘도 엄만 너를 보며 또 마음을 다잡는다. 너로 인해 엄마는 늘 커간다.





작가의 이전글시끌시끌 머릿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