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할 때인 만큼 내 할 일을 시기별로 정해 두었는데, 나는 하필 파워 J라 그날 할 일만 어그러져도 무척 화가 나는 심성을 가졌다. 내 잘못이나 내 게으름으로 계획을 지키지 못한 날은 속으로 혼자 화를 내고 넘어가지만, 환경 때문에 자꾸 내 일을 미루게 되며 그 때문에 결국 오늘의 일을 다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그때부터 짜증을 내게 된다.
이번 주는 동생의 경기, 바우처 이모의 입원, 어머니와 오빠의 독감으로 신경 쓸 일이 많은 날을 보냈다. 바우처 이모께서 갑자기 입원할 일이 생겨 계속 집에 못 오셨고, 하필 동생은 그때 몸이 안 좋아 경기를 여러 번 했다. 강직이 심한 경기라 며칠 긴장된 상태로 있었는데, 체기가 내려가면서 점점 좋아졌다.
늘 그렇듯 쭈니가 나으니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어머니는 기침이 심하고 근육통이 심한 몸살감기 증상이 있었다. 그런 몸이어도 동생을 안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엄마 눈치, 동생 눈치를 모두 보며 심부름 및 각종 케어를 제공해야 했다. 평소에도 당연하게 하는 일이고 내겐 아무런 힘도 들지 않는 일인데.. 내 마음이 조급하고 바쁠 때는 이 무게가 엄청 무겁게 느껴진다. 물에 불어난 옷가지 같은 느낌.
알고 보니 오빠가 먼저 독감에 걸렸고 그걸 모른 채 며칠을 앓았던 것. 이후 엄마가 바로 옮고, 같이 생활하던 동생과 나도 차례로 독감에 걸렸다. 지금도 약을 먹고 요양하며 지내고 있다.ㅠㅠ 내가 예민했던 건 몸이 슬슬 안 좋아지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날의 날 선 마음도 내 마음이라, 용기를 내어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하려는 공부, 내가 써야 할 글, 만들어야 할 콘텐츠, 대외활동에서의 업무, 그리고 독서, 콘텐츠 모니터링. 내가 하고픈 또는 해야 할 일을 나열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나이쯤 되면 혼자 하려는 일에 몰입할 여느 친구들이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 친구 누구는 해외여행을 갔고, 누구는 유학을 갔고, 누구는 인턴을 하고, 누구는 알바를 하고... 우리 나이엔 아주 흔한 일이겠으나 나는 이 모든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 ‘동생’의 존재가 꽤 큰 기준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동생 돌보기에 보탬이 되고 싶으니, 해외에 오래 머무르거나 취업 전 인턴 이런 건 안 해도 된다면 안 하고 싶은 것이다.(하지만 어찌 인턴 경험 없이 취업하리오... 지금도 인턴 지원을 준비 중입니다ㅠㅠ) 어차피 취업하면 바빠질 텐데...
요즘은 취업한 나의 모습을 자주 떠올린다. 설레면서도 걱정이 된다. 내가 없으면 엄마 혼자 동생을 볼 생각을 하니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엄마는 점점 아픈 곳이 많고 동생은 몸집이 커지고, 오빠도 자기 할 일이 있고, 아빠도 일을 나가고. 바우처 이모가 도와주시지만 나만큼 편하거나 손이 맞지도 않으니.. 회사에서 일에 집중을 못할까 봐 그것도 그것대로 걱정되는 것이다. 회사에도, 집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이다.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할까 봐 그게 걱정이다.
엄마는 늘 동생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내게는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더 중요한 내게, 동생을 소홀히 보게 되는 날이 온다는 게 반가울 리 있겠는가.
올해 초 진로 고민을 심각하게 할 때, 오래 꿈꿨던 꿈을 포기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꿈꾼 방송작가. 방송계 일은 워낙 근무 시간이 유동적이고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아서 동생을 보지 못할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출퇴근하는 직업을 가져서 동생을 저녁-밤 사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내겐 그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게 없어지면 일할 원동력도 잃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재택근무 가능한 곳,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를 찾아본다. 여기에 동생 영향이 없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동생 때문에 뭔가를 못한다, 억울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에게 소름이 끼치고 냉혈한이 된 기분이라 마음이 찝찝해 죽겠다. 물론 이런 생각은 잠시 스칠 뿐, 당연히 동생의 건강이 내게 최우선이라는 건 변치 않는다.(순전히 내 의지에서 비롯된!) 하지만 뭐 어쩔 도리가 있나. 이것도 장애인 동생을 둔 누나의 진짜 삶이고, 그때그때 최선이라고 믿어지는 선택을 하며 살뿐인데. 깊게 생각하면 늘 마음만 울적해졌다. 가볍게 생각하고 내 할 일을 해야지.
연말이라 그런지 올해를 돌아보게 되는데, 원래 우리 삶이 그런 것 같습니다. 일일이 생각해 보면 기쁘기만 한 날은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아요. 굴곡이 있어야만 기쁜 날이 더욱 행복해지는 거잖아요. 가장 어두운 날 다음 날은 밝더라고요.
이번 주의 투정은 이걸로 마무리하고, 다시 독감 요양하는 우리 가족을 서포트하러 갑니다!
*독감 이슈로 연말정산 콘텐츠가 미뤄졌어요ㅠㅠ 연초에 가져올 수도 있겠네요.. 최대한 빨리 회복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독감 피하실 수 있다면 꼭 피하세요.. 아주 독합니다 요놈...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