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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라 Feb 12. 2024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게

투명인간, Invisible mom

연휴를 맞아 일요일까지 쉬고 월요일에 돌아온 쭈니누나입니다!

다들 설 연휴는 잘 보내셨겠지요? '◡'


나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연휴 기간에도 '이번 주는 어떤 소식을 전할까' 고민했는데요.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내 이야기를 쓸까? 혹은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전할까? 였어요.

내 이야기를 쓰자니 연휴 관련 이야기는 한 적이 있어서, 설 연휴니까 가족끼리 대화 나눌 만한 훈훈한 이야기는 어떨까?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기사를 막 찾기 시작했어요. '장애'라는 큰 주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훈훈한 기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는데요. 무표정으로 스크롤을 내리다가 신박한 기사를 발견했지 뭐예요!



[일본人사이드]"보이지 않게 된 어머니들께" 사진가 데뷔한 장애아 어머니의 조언

출처: NHK / 아시아경제, [일본人사이드]"보이지 않게 된 어머니들께" 사진가 데뷔한 장애아 어머니의 조언


야마모토 미사토 씨는 일본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입니다. 둘째 아들 미즈키가 태어난 후로 24시간 아이를 케어해야 하다 보니 일도 그만둔 지 오래인데요. 이번에 새로운 직업을 찾으셨다고.


새 직업은 바로 사진작가. 원래 사진 일을 했었던 건 아니고요. 촬영을 배운 적도 없다고 하는데요. 야마모토 씨가 갑자기 사진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특수학교에서의 오랜 기다림' 때문이었어요.


특수학교 입학 조건이 [1) 부모가 동행할 것, 2) 필요할 때 말고는 무조건 기다릴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일부 의료적 케어를 학교 간호사가 감당할 수 없으니 부모가 동행해야 하지만, 아이의 자립을 고려해서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학교에서 대기하라는 말이죠.


학교가 짠 시스템에 '어머니의 기다림은 당연하다.'라는 전제가 있는 것 같요.

야마모토 씨는 학교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하루 6시간을 꼬박 기다리는 일에 지쳐갔다고 해요.

당연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그 '필요한 때'라는 게 매번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내가 이 대기실에 앉으려고 학교를 나오고 일을 했나.
나는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아이를 사랑하면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부모가 지치는 것은 별개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만 지치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저희 어머니의 입에서도 "못 해 먹겠다. 못 키워 먹겠다."라는 말이 나오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을 무척 사랑하시죠. 삶에 없으면 안 될 존재이고요. 육체적, 정신적 한계는 나도 몰래 오는 것이고 심지어 주기적으로 오더라고요.


야마모토 씨도 비슷한 시기를 겪으셨다고 해요. 그걸 극복하는 장치로써 사진을 택했고요.

처음에는 SNS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며 소통을 시작했고,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방송통신대학에 하기까지 했어요. 이후 야마모토 씨에게 지루한 학교에서의 대기 시간은 사진을 찍는 행복한 시간으로 탈바꿈했죠.


출처: NHK / 아시아경제, [일본人사이드]"보이지 않게 된 어머니들께" 사진가 데뷔한 장애아 어머니의 조언


야마모토 씨는 자신이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레 출간 제의도 들어왔고요.

그렇게 나온 책이  '투명인간, Invisible mom'이라는 화보집입니다.

야마모토 씨는 "여러 사람이 내 작품을 알게 되고, 이제 야마모토 씨라고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투명 인간에서 조금씩 탈출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요.


전시회장을 찾은 한 40대 여성은 NHK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아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요원으로 대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했다. 야마모토 씨의 작품으로 나의 상황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며 공감을 보냈고요.


기사를 읽고 나니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엄마에게도 동생을 케어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묻기보다, 먼저 소감을 묻기로 했어요. 이 기사를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냐고.


동생을 20년 넘게 케어한 저희 엄마는 기사 속 어떤 부분에 공감하셨을까요?


[어머니의 감상평]


엄마도 한 인간으로서 삶이 있고 분명히 그 삶도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나도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로서 야마모토 씨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나, 엄마의 삶에 희망을 찾고 보람이 있어야 힘든 장애아를 돌보더라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감정에 솔직한 것, 또 표현하는 것이 장애아를 키우는 데 제일 큰 도움이 되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며, 때로는 욕도 하고 원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어요.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과 보람을 놓치면 안 된다고도 했고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장애아 동생의 누나인 저도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겠죠?ㅎㅎ


*

본인을 '투명인간'이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긴 대기 시간을 지나, 다시 스스로를 채워가기 시작한 한 어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실은 뒤에 훨씬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엄마'들과 함께하는 기사였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댓글로, 자신의 브런치 글로, 일기장에 메모로 감상을 남겨보세요.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께 질문을 던질 겁니다.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378451?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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