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입소식 후 부모님과 작별의 순간이 다가 오자 뭔가 실감이 난 듯 살며시 다가와 꼭 안겼다.
엄마, 진짜 우리만 두고 가는 거야? 기분이 이상해....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그냥 가기 아쉬워 남편과 근사한 카페에 갔다.
산 정상에 있는 경치 좋은 곳이었다.
아이들이 없으니 연애 때 느낌도 나고, 오랜만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경치감상도 잠시, 대화의 주제는 오로지 애들이었다.
" oo 이 표정 보니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던데 괜찮을까? "
" 여기 미세먼지 심하던데 언제쯤 맑아진데? "
우리도 모르게 아이들 이야기로 가득하자 남편과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
" 우리 지금 뭐 하는 거야? 하하하... 캠프 보냈으니 그냥 맡기자.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오겠지..."
" 응... 그래..."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면서 우리는 몇 년 만에 차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차만 타면 오디오북을 듣는 터라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제대로 들은 적이 별로 없었다.
연애할 때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남편과 나에게만 집중하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했다.
집에 들어서니 너무도 적막하고 어색했다.
아이들이 없다니...
빈방을 한 번씩 들어가 보자 정말 실감이 났다.
이제 며칠간은 이렇게 음소거 상태에서 지내겠구나.
" 이제 뭐 하지?"
" 어... 글쎄...."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동안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는 삶에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다.
" 뭐 영화나 볼까? "
둘이 조용히 소파에 앉아 귤을 까먹으며 영화도 보고 예능도 보았다. 하지만 난 아직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중간중간 올라오는 아이들 사진이 없나 계속 폰으로 눈팅했다. 올라온 사진을 보니 아이들 표정이 좀 얼어 있는 것 같았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캠프사무실에 연락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아이가 체기가 있어서 매실을 먹고 좀 나아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통화는 못했다. 그리고 첫날에는 원래 부모님과 통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니 첫째 녀석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밤새 아프면 어쩌지? 아픈데 말 못 하는 것 아냐?
남편도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부모란 건 이런 걸까?
우리 부모님도 그랬겠지...
항상 외출할 때마다 지겹게 들었던 말을 나도 아이들에게 항상 한다.
'차조심해라...'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겨우 하루 떨어져 있었는데 너무나 보고 싶고 걱정된다.
주변 엄마들은 아이들과 5박 6일이나 떨어져 있다고 부러워했고 나 역시 남편과 뭐 하고 놀지 하고 신나 했는데... 이렇게 자식 걱정만 하고 앉아있다. 진짜 엄마 다 됐네.
분명, 아이들은 6일 뒤에 집에 올 것이고 다시 이곳은 시끄럽고 난장판이 되어 있겠지. 힘은 들지만 이제 그게 내 삶인 것 같다. 집에 오면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잔소리는 절반으로 줄여야겠다. 또다시 지지고 볶고 힘들겠지만 그 속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나중에 아이들 군대 보내고 장가보내고 하면 빈 둥지 증후군이 생긴다는데 이번기회에 사전체험을 해보니 나중에 엄청 타격이 크겠다 싶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코끗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