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평생친구가 있다
아들아, 너에게도 곧 생길 거야
오늘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친구를 만났다.
무려 35년 된 친구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반학기만 같은 반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때, 집 근처에 학교가 생기면서 여러 학교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그동안 꽤 먼 거리를 통학했던 터라 새 학교가 반갑기도 했지만 전학 갈 생각을 하니 친구들과 헤어져 아쉬운 마음과 낯선 환경에 두려운 마음이 컸다.
2학기 첫날 그 친구와 어떻게 친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선한 인상의 친구가 참 맘에 들었다. 집도 근처여서 그 후 우리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가 되었다. 그 당시 우리 세대만 해도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드물었기에 우리는 해 질 녘까지 골목에서 놀거나 집을 번갈아가면서 놀거나 했다. 해가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집에 갈 때는 헤어지기 아쉬워 내가 그 친구 집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그 친구가 또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기를 몇 번을 반복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학교 갈 때도 집 앞으로 찾아가 기다렸다가 같이 가곤 했다. 어제 저녁까지 수다를 떨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도 학교 가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재잘거렸다. 교회까지 같이 다니게 되면서 우리는 더욱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꽤 사적인, 집안 대소사까지도 알게 되는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사도 가고 물리적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몇 달에 한번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친구였다.
이제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녀도 아들 둘 엄마, 나도 아들 둘 엄마가 되었다. 아들 엄마만이 나눌 수 있는 울분(?)도 토로해 가며 인생의 후반을 향해 함께 달리고 있다.
얼마 전 첫째가 자기는 평생친구가 언제 생기냐고 했다. 고학년이 되더니 이제 머리가 굵어져 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아직까지 뚜렷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다 보니 자기도 좋아하는 게임이나 만화이야기를 하며 우정을 쌓고 싶은 듯하다. 며칠 전에는 세명의 친구에게 집에 놀러 오라고 제안했으나 학원 등의 이유로 거절을 경험하고는 어깨가 축 늘어져있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니 짠함이 밀려왔다.
그날, 아들과 평생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언젠지 모르겠지만 네가 애쓰지 않아도 분명 너의 평생친구는 꼭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 진정한 친구는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되는 어울리면 편하고 마냥 좋은 친구라고 했다. 내 모습 그대로 날것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 너에게도 분명 그런 친구가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다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설레어하며 기다려 보자고... 굳이 친구를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살아보니 그런 것 같다. 꼭 어디에 속해야 하고 그룹에 들어가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친구가 없이 지내는 건 뭔가 루저가 된 것 같고... 하지만, 내가 자신감 있고 당당하고 스스로 빛난다면 결국 나와 어울릴 자격이 있는 친구가 날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보니 그런 것 같다.
내 친구 oo야,
널 만난 건 내 인생의 행운이야.
건강하게 항상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사랑한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