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고통을 내려놓는 시간.
요가에서는 사바아사나(Savasna), 송장 자세가 있다.
이 자세는 죽은 시체처럼 몸의 모든 힘을 빼고 의식적으로 이완하는 자세이다. 내가 처음 이 자세를 했을 때 나는 몸의 이완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온전히 내 몸을 바닥에 대고 모든 미세한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음악소리, 옆 매트에 움직임, 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생각들.
하지만, 조금씩 요가를 하면서, 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움직임을 했던 그 시간의 마무리에 이 자세를 할 동안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이 이완되어 정말 송장처럼 누워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정말 편안하고 좋았다. 목, 팔, 어깨, 엉덩이, 무릎, 발목.. 뼈와 근육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1시간의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그 짧은 5분의 시간. 고통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간에 내 몸은 노곤하게 늘어지고 달콤함을 느꼈다.
요가에서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고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자세이다.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고 싶은 일이나 확신이 생긴 일이면 뒤늦게라도 꼭 하셨던 분이니,
이제는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개인 분석 중. 상담사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나의 과거를 되새김질해 보니 정말 그랬다. 하고 싶은 것. 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결국 나는 뒤늦게라도 하는 사람이었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을 했을 때마다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기까지 소심하게 저울질하는 사람이었지만 결국은 내 마음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뒤늦게라도 선택하고 행동했었던 나다. 그래서, 20대와 30대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행동해서 좌충우돌 힘든 점도 많았지만 새로운 즐거움과 성취감을 크게 맛보게 해 주었다. 물론,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무게도 경험하면서 상처와 아픔도 있었다.
마음의 상처와 고통.
내가 수치스럽고 슬프고, 외롭고, 상심되고 걱정되고 두려웠던 만큼.
그 고통스러웠던 것만큼이나 그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내 몸의 통증이 조금씩 익숙해지듯이 마음의 고통도 마주하고 시간과 함께 익숙해지고 그 고통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수용하게 될 때 내 마음이 고통이 덜해지지 않을까. 내가 마음의 고통을 대하는 익숙함이 생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쓰지 않은 신체의 움직임을 해나가면서 그 고통을 견디면서 익숙해지고 더 유연해지는 것처럼, 내 마음의 고통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꾸준하게 살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내 안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자.
내 몸과 마음을 조금은 찬찬히 느리지만 하나씩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그동안 흘러가듯 지나간 시간 속에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마음과 몸의 고통스러운 신호들을 마주하면서 찬찬히 살펴본 것들을 글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몸과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는 것.
멈추고
들여다보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글로 써보기로 했다.
오늘 먹은 식당의 메뉴도 다음날 아침 잊어버리는
나이기에.
하고 싶은 것.
글을 쓰는 것.
그래서, 지금.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