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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떡꿀떡 Feb 17. 2022

영업 마감. ‘부와아악’


  ‘부와아악!’

  너의 속시원한 방귀소리는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구나. 너는 그저 속 편안하게 배때지를 깐채로 뻗어 자는데 나는 편하지 않은 속으로 너의 장이 오늘도 잘 버텨냈는가보다 하고 안심을 한다.


  ‘오늘은 5번이지.’

  어제는 3번. 그제는 4번. 오늘은 신기록 경신이다. 그래도 아빠가 아주 대단한 먹성과 뱃고래를 물려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학교 급식실 아주머니께서 그만 먹으래다가도 배고프면 더 먹으라고 하신다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오늘 아침에 너가 먹고 간 ADHD약 껍질과 부작용으로 인한 점심 폭식 횟수와 그래도 다행히 소화가 되어 밤마다 울리는 방귓소리를 끝으로 오늘 하루도 엄마로서의 영업을 마감한다.


  자 이제 새벽 네시까지 열심히 장부를 맞춰가며 곰곰히 정산을 해보아야한다. 강제 퇴거 14일전, 받지 못한 양육비 3800만원, 통장 잔고 -8,762,872원, 친구들에게 진 빚 550만원, 기타 재산 없음.


  내일 영업은 어떻게 시작해 보아야할까. 영 매출이 나지를 않고 수지타산 맞지 않는 영업이다. 내가 경영 전공은 아니라 손실의 원인을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가지 아는 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9살 아픈 아이와 36살 아픈 엄마가 단둘이 서울에서 서로 사랑만 했는데 저 정도 빚에 거리로 내어쫓길 매출은 만 6년간의 적자영업 치고는 큰 적자는 아니지 않나 오히려 굉장히 잘 해온 영업이지 않나 위로해본다.


  그러니 이제 그만 정산을, 반성을, 아니 오늘의 절망을 마무리 해보아도 될까. 지금 마무리해도 나는 내년에도 아니 다음달에도 이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아이는 무사히 2학년이 되었을까. 나는 어딘가 지붕이 있는 곳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언젠가 너는 ADHD약을 먹지 않고 나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 맛난 것만 먹을 수 있을까.


  그 때에도 이렇게 유쾌한 방귓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나도 네 곁에 누워 밤마다 속편하게 방귀나 뀌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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