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해 줄게요. 당신이 기억할 수 있도록
지난겨울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된 시아버님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내 삶의 2/3 이상을 같이 하던 사람을 떠나보낸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내 일생동안 존재했던 사람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아직 보지 못한 드라마 <폭싹 속았쑤다>를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도
실은, 겁이 나서입니다.
슬쩍슬쩍 본 영상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우리의 모습을 찾아내면
나는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서.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 것 같아서.
항상 입버릇처럼 당신에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보다 오래 사는 것은 싫다고
당신이 꼭 나보다 오래 살고 너무 멀지 않은 시간에 나한테 오라고.
이제 고작 나의 인생의 1/3 정도를 같이 했을 뿐인데도
나는 당신이 없는 삶이 두렵습니다.
이렇게 믿고 의지하는 당신이 없는 세상을
지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진짜로, 현실로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과연 감당이나 할 수 있으련지...
항상 당신의 삶에서 행복했던 기억의 대부분이
나를 만나고 난 이후라고 이야기해 주는 · ·
고마운 당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 글을 써보기로 합니다.
뭐든 잘 까먹고 잊어버리는 당신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 둘게요.
먼 훗날,
내가 없어도
혹은 당신이 없어도
우리 둘 모두가 없어도
이 이야기들은 남아서
우리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힘들어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힘이 안 들 것이라고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꼭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말을 잘 지켜준 당신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