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셔츠의 기억

그 여름, 햇살보다 강렬했던.

by Dancing Pen

딱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니, 더 강렬했던 것 같은데.


당신을 만났던 첫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당황스럽니다.


어쩜 나를 그리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

'이런 남잔 네가 처음이야!'의 실사판인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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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나는 오랜만에 소개팅을 앞두고 있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소개팅은 점점 뜸해지고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으며

서로의 생활과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나는 좀 외로웠던 것 같다.


살면서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나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그러던 중 들어온 소개팅이었다.

주선자가 내게 큰 실수(?)를 한 덕분에

그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마련한 자리였다.


소개팅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딱히 묻지도 않았다.

그저 주선자에게 온

5줄의 문자가 그 남자에 대해 내가 아는 전부였다.


4살 위

강남 출신

188센티

연대 졸업

자차 소유


자가 소유가 아닌 자차 소유는 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려나.

(지금의 나라면 그럴 텐데, 그때의 나는 그냥 저 표현이 웃기다 생각했다.

자차소유라. 사람들이 차가 없으면 싫어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차피 선 기대, 후 실망으로 이어지던 소개팅의 날들이었으니

크게 더 궁금하지도 않았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가기 싫은 치기 어린 마음에

10분쯤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길이 좀 막혀서 좀 늦습니다. 안에 먼저 들어가 계세요'


아.

이 남자 역시 소개팅에 별 뜻은 없구나.

그럼 그냥 식사나 편안하게 하고...

나쁘지는 않았으나 저랑은 좀 안 맞는 거 같아요_정도로 끝나겠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식당 안에서 기다릴까 좀 더 있다가 다시 올까 고민하는데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오늘 소개팅하시는 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들어가시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는 맞이했다.

내 삶에서 잊을 수 없던 그 순간을.


큰 키에 까만 피부,

강렬한 하와이안 프린트가 크게 박혀있는 셔츠를 입은 그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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