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서 나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온 지 12시간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8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만 73세.
백세시대라는 요즘, 만 73세라니...
갑작스레 닥친일에 우리는, 나와 여동생 그리고 엄마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뭐부터 해야 하지?
장례식장? 상조회사? 납골당?
친척에게 알려야 하나?
허둥거리는 우리에게 간호사가 차분히 차례를 알려준다.
상조가입한 게 있으시면 우선 거기에 전화해 보시고
장례식장을 정하세요. 장례식장 쪽이나 상조회사 쪽에서 아버님을 이동할 수 있게 차량을 예약해 줄 거예요.
아. 그렇구나.
생각나는 장례식장들에 전화를 한다.
엄마는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만을 작은 소리를 읊조린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5-6시간이 지난 후,
우린 장례식장 상담실에 앉아있다.
상담을 끝내고 빈소가 준비될 때까지 잠시 휴게공간에 앉아있는다.
나는 생각한다.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왜 눈물이 안 나지?'
그 순간,
저쪽 복도 끝에서 당신이 보인다.
새벽잠을 깨워서 데리고 온 나의 아이도 보인다.
당신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나를 안아준다.
그 순간,
나는 눈물이, 울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참았던 그것들이 한 번에 터져버린다.
당신을 보니까
그제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나 보다.
내가 슬퍼해도, 내가 정신을 놓아도
나를 든든하게 받쳐줄 당신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 놓고 슬퍼진다.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