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하게 아메리카노.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담벼락이 보이는 집에 살고 있다면 지금 소개할 ‘벽 뷰’ 카페 리스트라는 글자가 탐탁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있는 벽이 성곽이거나 돌담이라면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터. 벽을 담은 창문은 액자가 되고, 그 창으로 쏟아지는 반짝이는 낮, 차가운 밤은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읽히게 될 테니까. 모두 산책하기 좋은 코스에 포진되어 있으니, 걸을 준비 하시고 스크롤을 내리자.
북적거리는 익선동의 소요와 잠시 거리를 두고 싶다면, 서순라길로 입장하면 된다. 창덕궁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종묘 담장 서쪽 편을 끼고 걸으면 한적한 골목 속 숨은 보석 같은 카페, 맛집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으니까. ‘헤리티지클럽’ 또한 한낮의 나른함, 한밤의 고요 등을 품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곳 중 하나.
‘헤리티지클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종묘를 기리는 마음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통창을 통해 쏟아지는 돌담이 주는 안온함에 기대도 좋은 곳.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직접 담근 사과청으로 만든 애플 시나몬 라떼와 사과 에이드다.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단맛이 기분까지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준다. 직접 구워 구워내는 스콘도 커피와 곁들여 즐겨보자.
밤에는 달빛 아래 취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맥주, 와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흔하지 않은 독특한 맥주, 고가 와인을 ‘오늘의 와인’ 메뉴로 글라스로도 판매하니 식사 후 2차로 가볍게 즐기기도 좋다. 심플하고 모던한 외관과 느낌이 상반된 한옥 구조 내부가 반전 매력을 선사하 듯 낮과 밤의 모습이 달라 더 끌리는 헤리티지클럽이다. 반려동물 입장 가능.
주소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75
운영시간 월~목, 일 12:00~22:00 / 금, 토 12:00~23:00
인스타그램 @heritage_clubb
야경으로도 유명한 수원 화성 방화수류정이 보이는 명당에 위치한 ‘버드커피브루어스’는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 반영된 공간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카페인 말고 감성을 충전시키기에도 제격인 카페. 커피가 담겨 나오는 잔은 독일 테이블웨어 브랜드 빌레로이앤보흐 빈티지 제품이며 이들이 수년간 수집해 모은 아이템들이다. 드립 메뉴는 이 빈티지 컵과 소서에 담아 내어진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공수한 고재를 사용해 테이블부터 간판까지 직접 제작했다. 나무에 새겨진 심볼은 새를 길함의 상징으로 여겼던 선조들의 생각을 받들어 좋은 기운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상호와 로고를 만들었다고. 아울러 의자는 빈티지, 조명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제품을 사용해 빈티지한 감각과 모던함이 편안하게 공존한다.
남편은 커피를, 아내는 베이킹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둘의 손끝에서 모든 메뉴가 만들어진다. 주기적으로 종류가 바뀌는 디저트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며, 커피 맛은 이미 가본 이들의 입소문으로 확인 가능할 만큼 수준급. 원두와 드립백도 판매하니, 집안에서도 이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주소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743번길 76-1
운영시간 평일 12:00~18:00 / 토, 일 12:00~19:00 / 월, 화 휴무
인스타그램 @birdcoffeebrewers
혜화문에서 출발, 흥인지문에서 끝나는 2.1km 서울한양도성길 2코스인 낙산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369 마실’은 여타 카페와는 결이 다르다. 이곳은 성북구 삼선동 369 마을 앵커시설로 카페 겸 주민 쉼터로 운영되고 있는 마을의 안내소다. ‘369 마실’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은 마을로 환원되고 공동체 활동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는 구조. 이곳의 대표 메뉴도 369 마을 부녀회에서 계절별 제철 과일을 활용해 직접 만든 청을 사용한다.
카페에서 매일 직접 굽는 휘낭시에는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사용해 쫀득한 식감과 풍미가 뛰어나고, 흑임자를 사용해 성곽을 표현한 사브레 쿠키 종류 돌 쿠키 또한 고소하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부서진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마을 쉼터인 만큼, 부담 없이 잠깐 머물러 멈춰있고 싶은 곳이다. 성곽에 불이 켜지면 그 운치가 배가 되니 선선한 밤바람이 부는 걷기 좋은 계절 이곳에 당도한다면 당신의 낮은 밤보다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다.
주소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4가길 13-1
운영시간 매일 11:00~19:00
인스타그램 @369_masil
사계절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주할 수 있는 한양도성 다산성곽길은 장충체육관에서 남산 백범광장으로 이어진다. 도심 한가운데서 옛 정취를 느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알렉스 더 커피(Alex The Coffee)는 만약 스페셜티 커피가 취향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공간.
생두 선별 작업을 위해 산지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물론 생산자들과 스페셜티 생두만을 원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수입, 이를 로스팅하기까지의 긴 서사가 당신 앞에 놓인 한잔 속에 담긴다. 묵직하면서도 고소하고 은은한 산미가 좋은 밸런스를 선사하는 알렉세이션, 은은한 와인의 단맛이 느껴지는 파푸아 뉴 기니, 만약 달콤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바닐라 빈으로 직접 담근 시럽을 사용해 풍미가 뛰어난 바닐라 라떼를 추천한다.
1층은 반려견 출입도 가능하며, 신라호텔 뒷편에 위치해 이곳에 투숙한다면 꼭 들러보시길. 호열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구교환 배우 출연작 영화 <메기> 속 등장한 ‘충현슈퍼’도 이 길에 있으니 다산성곽길 코스를 꼭 온전히 걸어볼 것. 알렉스 더 커피는 장충동점 이외에도 용인, 성북, 이천, 청담점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7길 89
운영시간 매일 10:00~18:00 / 토, 일 10:00~21:00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alexthecoffee
시원한 창을 통해 낙산성곽길과 남산타워, 동대문까지 조망할 수 있는 ‘도넛정수’는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창신동에 자리한다. 언덕을 올라 발품을 팔아야 하는 만큼 확실한 뷰를 제공하는 이곳은 바로 한국식 도넛 전문점이다.
우리나라 전통 조리방식인 ‘주악’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해 여태껏 도넛에 사용된 적 없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동서양의 화합을 도넛으로 이루어낸 셈. 막걸리를 활용한 반죽을 무쇠 가마솥에 튀겨내고, 쑥, 감자, 곶감, 옥수수, 우유 등을 넣어 차별화와 맛, 그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 또한 플레이팅까지 두루 신경 쓴 모습.
만약 아직 K-도넛이 낯설다면 초코바나나, 딸기 도넛을 주문하면 된다. 현재 창신점에서는 쑥, 곶감, 개성(주악), 타락(우유), 딸기, 초코바나나, 옥수수, 땅콩, 감자 도넛을 판매하고 있으며, 익선점과는 몇몇 메뉴가 상이하니 참고할 것.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23-492
운영시간 매일 11:30~21:00
인스타그램 @donutjung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