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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Jun 23. 2024

개심사 / 사철 아름다운 풍경의 소박하고 단아한 절

서산 2

개심사를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JC에서 내려 운산면 소재지를 통과한다. 대철중학교를 지나면 앞이 확 트인 이국적인 풍경이 나타난다.

해운로 좌우의 나즈막한 산의 초원, 삼화목장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보이지 않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소떼가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호주나 동유럽 어느 곳을 지나다 탄성을 지르던 목장을 연상케 한다.

삼화목장, 지금은 농협중앙회 가축개량원 한우개량사업소 서산목장이다.

산의 꼭대기 부분에만 나무가 심어져 있어, 마치 머리의 아랫부분은 깎고 정수리 부위의 머리를 땋아 내린 원나라 사람의 변발한 모습이나 미군 병사의 머리 스타일과 같다. 초원의 한편에 건초더미가 쌓여있다. 신작로 변에는 추수를 마친 논이 보인다.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든다면 나는 먼저 (개인적인 생각으로) 산림녹화의 성공을 들겠다. 나무가지 하나 꺾거나 솔가리 한아름 긁어 가도 무거운 처벌을 받던 6,70년대에, 정권의 실세였던 사람이 나무와 마을을 밀어버리고 조성한 광활한 초원이다. 내로남불이라 하기엔 너무 무섭기까지 하다. 지금은 농협중앙회 가축개량원 한우개량사업소 서산목장으로 벚꽃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겨울에 눈 덮인 목장 풍경도 일품이란다.

일주문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상왕산(象王山)에 자리잡고 있는 개심사는 654년(백제 의자왕14) 승려 혜감이 개원사(開元寺)로 창건하였다. 몇 차례 중창,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고찰로 예산 수덕사의 말사이다.

해운로를 따라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상왕산 초원을 조망하며 천천히 운전한다. 운신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사거리에서 좌측의 개심사로를 들어선다. 꼬불꼬불 신창저수지 둑 옆을 지나면 개심사 입구 사하촌 주차장이다. 사하촌이래야 고작 슈퍼라 이름붙은 자그마한 구멍가게 하나, 가든이라 이름붙은 식당 하나와 산나물 좌판이 다 이다.

소나무 군락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소나무 군락을 만난다.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는 키가 높아 사이로 난 산길이 터널을 지나는 듯 하다. 이 길이 800여m 이어진다.

마음을 깨끗이 하는 골짜기, 마음을 여는 절

"마음을 깨끗이 하는 골짜기"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를 알리는 소박한 표지석이 서 있다.

자연스러운 멋이 있는 돌계단. 수덕사 진입로의 잘 정돈된 돌계단과는 풍치가 다르다.

크고 작은 돌을 모아 깔아 놓은 돌계단이 개심사 오르는 길 중간중간에 깔려있다. 전혀 장인의 관록을 부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앞서 갔던 수덕사 진입로의 잘 정돈된 돌계단과는 풍치가 다르다.

절 입구에 흔히 있는 천왕문의 사천왕 대신 탈춤을 추는 조형물이 얼쑤~하며 탐방객을 반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객 발열검사하는 봉사원에게 절 앞에 왠 탈춤 조형물인지 물어본다. 얼마 전 까지 국화전시회를 했단다. 그때 공연을 위해 갖다 놓은 것인데 아직 철거를 하지 않았단다.

직사각형 모양의 연못

절 마당에 이르면 직사각형 모양으로 판 연못이 있다. 해탈문으로 오르는 돌계단과 일직선으로 놓여 있는 나무다리를 건넌다.

사철 아름다운 풍경의 소박하고 단아한 절

연못은 경내로 들어가기전 물에 비친 자신을 살펴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 거울이다.

범종각. 생긴 모습 그대로 휘어진 네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마음대로 휘어진 생긴 모습 그대로의 네 기둥이 무거워 보이는 지붕을 받치고 있다. 지붕에 비해 기둥이 가늘게 보이는 개심사 종각 앞에서 최영철 님은 '무거우면 무겁다고 진즉 말씀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이제 그만 이 짐 내려달라 하시지 그러셨어요. ㆍㆍㆍㆍㆍㆍ등골 휘도록 사지 뒤틀리도록 져다 나른 종소리ㆍㆍㆍㆍㆍㆍ'라고 노래한다.

심검당 부억채

종루에서 고개를 돌리니 심검당의 부엌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선 기둥의 둘레가 지붕의 무게를 가볍게 받쳐 올리기에 충분히 크다.  

그 생김생김은 심검당 본채와 달리 휘어진 나무를 자연 그대로 사용하였다. 기둥, 창방에 이어 부엌문의 문설주와 문지방까지 제대로 휘어진 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자연스러움을 너머 천연덕스럽기까지 하다.

정연하고 깔끔하게 쌓은 돌담

부엌채 옆의 돌담도 눈길을 끈다.

크고 작은 막돌을 끼어 맞추어 울퉁불퉁 쌓았지만 나름의 정연함이 있어 깔끔하다.

심검당(충남도 문화재자료 제358호)

개심사 심검당

심검당은 '참선을 통해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지헤의 칼을 찾는 집'을 이르며, 스님들이 생활하면서 수행하는 건물이다. 왼쪽의 부엌채는 원래 건물에서 달아낸 건물이다. 기단석 위에 자연석 초석을 놓고 그 위에 배흘림 기둥이 세워져 있어 자연미와 안정감이 있다.

대웅보전(보물 제 143호)

서산 개심사 대웅보전

창건 당시의 대웅전 건물은 불에 타서 조선 성종때 새로 지었다. 북쪽 대웅전을 중심으로 맞은편에 안양루, 좌우에 심검당과 무량수각이 배치되어 있다.

개심사 대웅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보물 제1619호). 출처 : 문화재청


개심사 대웅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개심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일반적인 대웅전과 달리, 아미타불과 양옆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함께 모시고 있다.

보물 제1619호인 목조아미타불은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장하고 생동감 넘치는 불상으로 조각기법과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웅보전 공포

대웅보전은 공포의 설치방식이 '주심포계 다포집' 으로 주심포식와 다포식의 두 가지 방식을 절충한 건축양식이다. 주심포식에서 다포식으로 건축양식이 변화하는 과정에 지은 것으로 그 축조 방식이 아름답고 곱다.


기둥 위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공포를 끼워넣은 다포도 보이고, 기둥 위에만 공포를 끼워넣은 주심포도 보인다.  

대웅보전 맞배지붕

대웅보전의 지붕은 구조가 간결하다.

맞배지붕의 간결미는 오히려 절집의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팔상전 앞의 배롱나무

명부전 옆에 키가 8m나 되는 150여년의 나이를 먹은 풍치목이 팔상전을 살짝 가리고 있다. 작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배롱나무다. 수형 또한 아름다워 배롱나무꽃이 피는 여름철에는 온통 진분홍으로 뒤덮여 탄성을 자아낸다. 안양루 앞의 배롱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이 연못을 붉게 물들인다.


개심사는 원래 봄철 겹벚꽃이 유명하기로 알려진 사찰이다. 꽃잎이 여러 겹이라 꽃송이가 풍성하다. 개심사의 벚꽃나무는 왕벚꽃, 홍벚꽃, 청벚꽃이 있다. 그 중 은은한 옥색을 띄는 명부전 앞 청벚꽃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승방 마루의 대들보와 대들보 사이에 줄을 쳐서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두름을 말리고 있다.

개심사의 초겨울 풍경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무량수각을 돌아가면 스님들이 기거하는 것으로 보이는 승방이 있다. 마루 끝의 대들보와 대들보 사이에 줄을 쳐서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두름을 널어놓았다. 스님들이 직접 기른 무의 줄기와 잎을 말리는 모습에 고즈늑한 산사의 겨울 정취가 배어 있다.

고즈늑한 산사의 겨울 정취를 느끼게 하는 장작더미

그 앞쪽으로 또 하나의 겨울 정취를 풍기는 풍경이 있다. 둥글게 쌓아올린 장작 더미가 따뜻한 온돌방을 떠올려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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