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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진 Mar 14. 2024

엄마 집에 갈래. 학원가기 싫어

유치원 7살 방과후수업 안하는 1명

우리집 아이는 국립공교육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그래서 기본교육과 방과후교육으로 나누어져있으며, 하원시간이 다르게 운영된다. 기본교육과정만 신청한 경우 오후 1시 40분부터 하원하고, 방과후교육과정인 경우 3시 50분부터 하원한다. 


작년 아이 6살 처음 유치원에 등원했을때 기본교육과정만 하고 방과후를 신청하지 않았다. 맞벌이도 아닌 상황이니 아이를 케어 할 수 있을 거라는 엄마의 자만심에 빚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와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원했고 4월부터 방과후 수업을 했다. 아이는 즐거워했다. 

그러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아이와 함께 보냈다. 엄마인 나만의 시간이 1도 없는 나날들이었지만 아이는 엄마의 집중케어를 받으며 그만큼 성장했다. 


올해는 아이가 배움을 원한 피아노학원에 보낼 생각에 방과후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시 50분 하원하고 이동해서 피아노 학원을 가고 2시 40분에서 50분쯤 피아노 수업이 끝나면 3시 간식을 먹거나 발레 학원에 다녀와서 집에서 간단히 놀고 동생을 데리러 가는 3시 50분 그리고 동생과 함께 또 간식과 놀이터등의 활동을 하는 시간을 따진다면, 아이가 자유롭게 놀이 하는 시간이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도 많은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피아노 학원만으로도 한달에 15만원 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데 여기서 방과후수업까지 하면 수업비용 플러스 시간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또한 방과후수업이 기본교육인원에서 방과후수업시간엔 합반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용인원이 (엄마가 느끼기에) 많다. 작년 외부강사가 와서 수업을 하는 것을 보았을때 참여 기회가 상당히 적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3월 둘째주가 지나지 않은 이시점. 

아이는 방학때처럼 피아노학원 한군데만 가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 수업을 하고 난 뒤 또 피아노 학원을 가니 조금은 투정부리고 싶었던 걸까.


엄마 나 오늘은 피아노학원 이따가 가면 안되?
집에서 쉬다가.
엄마 나 오늘은 발레학원 안가면 안되?
엄마 나 이거는 이따가 할게. 나중에 할게.
엄마 빵집에 가자.
엄마 나 편의점에서 맛있는거 사줘.


반복적인 물음과 엄마와의 타협에 나는 결국에는 화가 났다.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너에게 투자하고 있는데!!

왔다갔다 하는 그런 탁구공같이 핑퐁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는데!!

너에게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주기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데!!

어제 마트에서 십오만원어치 장을 봐왔고 간식이 집에 있는데 왜또 사려고 하는건데!!

유전자변형된 옥수수과당을 먹어서 니 몸에 좋을게 뭔데!!


라는 생각이 다발적으로 나면서 결국에는 아이에게 토해냈다. 


선택을 하라고. 

너가 방과후수업을 하고 나는 직장에 나가겠다고. 

1년전쯤 엄마가 직장에 다닐때 너는 저녁까지 어린이집에서 먹었었으니 그렇게 지내는거 어떻겠냐고.

그러면 피아노학원도 발레학원도 갈 수 없을거라고. 피아노 학원에 발레학원에 시간맞춰 데려다 주는 사람이 없을테니 너는 유치원에 계속 남아서 방과후수업에 있으면 된다고. 어떻냐고? 편의점에서 달고 맛있는 건강에 좋지 못한 음식을 먹고 그렇게 영양불균형으로 살아보라고. 


아이는 울면서 싫다고 했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맞벌이로 일하셔서 유치원에 가장일찍 등원해서 가장늦게 하원했다고.

나는 토해냈다. 아이가 학원가기 싫다는 반복적인 말에...


나는 지금 잘하고 있나 생각한다. 

남들처럼 방과후수업을 하는게 맞는거 아닐까 생각한다. 남들처럼 방과후수업으로 3시 50분 하원 시켜 태권도 관장님이 하원해주시면 5시쯤 그 건물에서 미술학원이라던가 피아노학원을 돌리면 아이는 6시에 집에 데려올 수 있다. 저녁을 먹이고 하루를 마감해서 보낸다면 그게 오히려 바람직한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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