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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진 Mar 22. 2024

전업주부 일기 - 실버타운

분양형 실버타운?

오늘 아침 새벽수영을 다녀오고 라디오를 틀었더니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재도입 한다는 기사를 들었다. 주거, 식사, 여가가 모두 제공된다는 실버타운.

마지막에 일자리도 창출한다고 하던데 참 긍정적이다. 좋다. 싶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스쿨존 어린이 '보행안전도우미' 할머니께서 나를 불렀다.

어~ 젊은 엄마~ 여기 부축 좀 도와주세요.

두 어르신의 간절한 목소리였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아침과 오후에 하교길에 형광색 조끼와 깃발을 들고 아이들의 안전을 도와주시는 분들이었다. 급하게 뛰갈뻔했는데 간절한 그 목소리를 들었다. 다른 엄마들도 많았나? 사실 이제 3월 셋째주 금요일, 아이들도 어느정도 적응했기때문에 학부모가 많지는 않다. 게다가 9시가 넘은 시각이다. 다행이었다. 내가 이자리에 있어 도와줄 수 있어서.


일흔은 한참 넘고 여든이 되신 할머님 같은분들 중 한분이 보도 턱에서 살짝 넘어지셨단다. 그렇게 넘어지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아프셔서 부축이 필요해졌고, 앞에 있던 상가에 종합의원에 가보신다고 하셨다. 정말 어른이라면 열발자국. 아이들이라면 10초도 안 걸릴 것 같은 곳을 횡단보도에서 상가건물 입구에 들어서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부축을 보통 해본적이 없던 나는 이게 맞나 덩달아 긴장하고 말았다.

제가 해보던게 아니라서 이렇게 해드리면 될까요?


겨드랑이 쪽을 부축해 줘요.

그렇게 어르신의 겨드랑이를 바짝잡고 2층 병원에 모시고 갔다. 친구분이신 어르신이 함께 도와주셔서 나는 병원에서 인사를 하고 난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 이 동네 그 횡단보도, 상가 주변에는 보도 턱이 이상하게 많다. 도로를 제대로 평평하게 안 했는지 이상한 경사들이 여럿있고 말이다. 정말 조심해야겠다.

소일거리를 하시면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저 걷고 움직이는게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는 노인들.


그런데 이분들이 있어서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절반 감소…'보행안전도우미' 성과] 있다.

공공근로를 통해 시행 중인 것인데, 지자체 예산으로 하는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이들이 한눈을 팔 때도 목소리로 도움을 주신다. 우리 아이들도 도움을 받았다.



외할머니가 한번 넘어지시고 10년을 넘게 침대 생활을 하시고 돌아가셨다. 내가 스무 살 때쯤 임종직전에 병원에 갔을 때 앙상한 그 몸과 그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았을 때, 노인이라는 게 어떤 건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한번 넘어지시면 다시 일어나시기 힘든 게 노인이다.라는 명제를 알게 되기도 했달까.


얼마 전에 티브이에서 나오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았는데 주인공 소피가 할머니가 되었는데 하울이 막무가내로 막 겨드랑이를 잡고 이리저리 도와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같이 보던 동서가 "이제 보니 할머니 관절에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이제야 보인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이제야 보인다.

내 몸이 어제와 같지 않게 힘들 때가 있어서 이제는 알겠다. 노인이 얼마나 힘든지.

뼈가 계란껍데기 같은 몸이 되는, 그런 거.



다시 돌아와서 분양형 실버타운.

1,000만 노인시대, 실버타운.

60세면 입주 주택연금도 계속 받고 중산층 대상 실버스테이 신설하고 고령자 복지주택도 3배 늘리고.

어쩌고 저쩌고.


아이들 워크지를 검색하다 보니 연관 검색으로 치매예방용 워크지도 있었다. 색칠도안도 그렇고 주변에 미술도안을 만드는 분은 이제는 어르신 도안도 만든다고 한다. 사회 구조가 점점 과거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아파트의 의결권이 어르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관리소장님의 말씀도 들린다. 왜냐하면 입주자 대표가 어르신중심으로 편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도 나이 드는데, 이제는 실버타운을 들어가는 행운을 바라며 살아야 할까.


내가 설자리는 어딜까.

사실 어디에나 있는 게 실버타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세대가 함께 어울려야지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싶은.



분양형처럼 다 제공되면 좋겠지만, 복지가 전 세대, 균형 있게 쓰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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