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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튜 Oct 24. 2022

[책 리뷰] 파타고니아,파도가 칠 때는-, 이본 쉬나드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꼭 이윤추구가 되어야 하는가

책의 풀 네임은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인데, 브런치의 제목이 30자까지만 가능해서 쓸 수가 없어 유감이다. 3월에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인데 이제서야 들게 되었다.

이 책은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의 설립자인 이본 쉬나드가 파타고니아의 역사와 철학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은 너무 명확하게 역사와 철학 두 파트로 나눠져 있고, 특히 철학에 있어서는 제품 디자인 , 생산, 유통, 마케팅, 재무, 인사, 경영, 환경 8가지 파트로 나누어 자세히 쓰여져 있다.


파타고니아의 역사 파트는 모든 사업의 성공스토리나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가 그렇듯 매우 흥미롭다.

단순히 등반을 즐기던 아웃도어 액티비티 매니아가 대장간에서 등반용품 장사로 시작한 비즈니스가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 아웃도어 의류 대기업이 되는 자세한 과정은 참 재밌었다. 어렸을 때 부터 사업을 하는 게 꿈인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경영인이나 임원들에게 원래 경영에 뜻을 두고 있었는지에 물어본 적이 많은데, 의외로 그렇다고 답한 이들은 한 번도 없었다. 공통된 답변이 당장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다보니, 어느 새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모피 사냥꾼이 꿈이었던 이본 쉬나드도 그랬다. 자신이 미쳐있던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하나 하나 상품을 발전시키고 외부환경에 반응하다 보니 어느새 큰 기업을 일궈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들었던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번째, 리스크 계산과 세세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우선 무엇이든 시작이 반이라는 것. 일단 시작하고 보면 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성장하면 된다. (물론 나는 성향상 목표와 계획을 특히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더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 특정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미쳐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영인은 어느 분야에서나 논리적 사고를 하는 제너럴 리스트를 추구하지만, 일단 특정 분야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산업의 매니아로서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본쉬나드는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미쳐있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 파트는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펑션들을 아우르고 다양한 인사이트들을 제공해주고 또한 흥미로웠지만, 독특한 가치기준때문에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거나, 리스크가 다분해보이는 경영방식이 다수 보인다. 그러나 역시 사업에는 왕도가 없다. 그런 경영방식으로 큰 성공을 했는데 어느 누가 비판하겠나. 파타고니아의 철학과 공유가치관은 명확한 글로 정리되어있는데, 기업의 목표와 가치관, 결정을 좌우하는 기준과 제품의 품질에 대한 정의까지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관통하면서도 이 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메세지는 환경철학이고, 이는 역사 파트에서도 여러번 언급된다.


"나는 환경이라는 대의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바랐던 것은 --- 파타고니아가 다른 기업들이 환경에의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탐구할 때 본보기로 삼을 만한 모델이 되는 것이었다.- 127쪽"


위 내용이 파타고니아의 존재이유처럼 언급했듯이, 파타고니아는 의사 결정 기준으로서 최우선 가치를 "환경"으로 두고 내린다. 사기업이 아닌 사회적기업과 같은 파격적인 기준이다. 파타고니아는 이러한 가치를 기업의 모든 기능에 적용한다. 예를 들면, 특정 제품의 비용에 있어서 재료비나 노무비같은 인건비 외에 환경적 비용을 고려한다거나, 매출의 1%를 환경에 기여하는 식이다. 파타고니아의 대의에 대한 철학은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목표에 있어서는 사실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매우 낭만적이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최우선 가치에 두는 "고객", 특히 그 "고객중심"의 정점인 기업은 바로 아마존이다.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치는 아마존의 기준은 이윤추구라는 기업 목표의 관점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합리적인 기준이고, 그 전략의 성공여부는 지금 아마존의 위치가 말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의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이 기업이 멋있다거나, "좋은" 기업인지는 의견이 많이들 갈린다.

"환경"이라는 파타고니아의 낭만적인 가치 기준과 실제 이행은, 공통적인 목표와 대의를 심어줌으로써 분명 파타고니아의 임직원들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또한 자부심을 주었을 것이다. 더불어 적어도 책에 따르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소비자 관점에서의 파타고니아의 브랜딩과 마케팅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분명해보인다.


나는 "환경"이 "최우선"가치라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의 합리적인 가치기준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넘어서, "이윤 추구가 꼭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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