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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경 Feb 18. 2022

13년차 마케터입니다만, 마케팅이 어렵다

오랜만에 보드 작업

13년차 마케터, 마케팅이 좋아서 선택한 길이지만 실무를 하면 할수록,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마케팅이 어렵다는 것을 더욱 느낀다. 신입 때야 시키는 일 하면 되고, 책임이 비교적 덜한 마케팅 툴 한 두개를 맡아 처리하면 그만인 것일 테지만(물론 그 때는 직장생활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다 서럽고 불안정 했었다), 연차가 쌓이면 무거워진 경력 만큼 책임감이 무거운 업무들을 맡게 된다. 넉넉치 않은 마케팅 예산과 자원들, 내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업체들, 유관부서와의 협의와 계속되는 상사 보고로 빠듯해질대로 빠듯해진 데드라인 등 온갖 장애물을 헤쳐나가며 액션 플랜을 실행했지만, 별 반응 없는 시장을 마주할 때 드는 헛헛함까지. 그러고 보니 시장의 반향을 일으킬만한, 모두가 다 알만한 마케팅 성공 사례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니 언제까지 내가 마케팅을 계속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마케팅이 어렵게 느껴지는 모먼트들




1. 마케팅의 거장, 필립 코틀러가 와도 해내지 못할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점


지금은 주방가전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전에는 중년 여성 타깃의 패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 했었다. 앞으로 성장해나갈 브랜드를 담당했다면 나의 커리어에도 도움되고 마케팅 하기에 여건이 좋았겠지만, 하향세의 브랜드를 담당했었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는 미션들이 너무도 어렵게 느껴졌었다. 이것은 마케팅의 거장, 필립 코틀러가 와도 해내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향세의 브랜드를  , 마케터들은 서글퍼진다. MZ세대 타깃이라면 뭐라도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는데, 타깃 역시 중년 여성이니 새롭게  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또한  직장에 오래 있다 보면, 과거의 실패작들이 리바이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마케터로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었다. 그래서 10 넘게 다닌  직장을 퇴사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2. 내 뜻대로 따라와주지 않는 업체들, 그런 업체들을 이끌고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점 


기획력, 창의력, 디자인 감성 등 마케터가 갖춰야 할 여러 자질 중에서 '업체와 협업하는 법'을 빼놓고 마케팅을 논할 수가 없다. 마케팅 예산이 대기업 수준으로 많아서 에이스 업체들이 서로 하겠다고 나서주지 않는 브랜드인 이상, 업체가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리 만무하다. 마케터는 활용 가능한 자원의 범위 내에서 업체들의 능력이 100% 발현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칫 너무 채근했다간 역으로 업체로부터 컴플레인 당하기 일쑤. 채근을 안했다간 불만족스러운 결과로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을 수 있다. 업체를 다루는 일에도 결국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시너지를 내며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보태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업체를 발굴해 낼 것!




3.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의연하게 굴어야 한다는 점


마케팅은 돈 쓰는 부서라는 인식이 조직 내부에 팽배해 있다. 그래서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마케팅 예산이다. 한 때 마케팅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매장제작물만 만들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비록 몸은 편안했지만 마케터로서 자괴감이 들었었다. 반대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여하여 공중파 TVCF를 하게 되었다고 치자. 이 경우에도 역시 마케터로서의 고충은 있게 마련이다. 왜 광고 했는데 매출이 안 오르냐, 광고영상 퀄리티가 왜 이러냐 등 안 좋은 내부 평가를 들을 수 있다. 누구든지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주관적인 마케팅 영역에서, 마케터는 결국 '맷집'이 세져야 하는 것 같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지되, 의연하게 굴어야 되는 것 같다. 일일이 상처 받고 좌절하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4. 마케터라면 감각이 있어야 하고, 얼리 어답터여야 할 것 같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마케터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 요즘 트렌드를 마케팅 액션 플랜에 잘 녹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케팅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나는 과연 마케터로서 감각이 있고,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이 있는가. 자기 반성을 해보게 된다.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마케팅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힙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무엇이 트렌드인가 알고 싶어 기웃기웃 대는 그런 마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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