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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경 May 12. 2022

게임하는 다섯살 아이 육아 근황

취침 전 ‘동물의숲’ 닌텐도 게임, 메타버스와 함께하는 아이


게임하는 다섯살 어린이


아이를 어르고 달래도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부모도 살기 위해(?) 최후의 보루로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게 된다.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 미디어를 보는 우리집 다섯살 어린이가 최근에 섭렵한 것이 또 닌텐도 게임인데, 고작 다섯살 어린이가 게임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상황인가. 말리려는 나와 달리, 남편은 오히려 게임을 독려하는 입장이라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게임도 머리 좋은 아이가, 잘 하는거야"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다섯살 아이의 게임 조기 교육(?)을 뒷받침할 논리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오히려 게임을 최대한 뒤늦게 접하고, 스스로 사물의 원리를 탐구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의 지능개발에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이미 게임 기획자, 개발자가 짜놓은 판대로 움직이는 다섯살 어린이가 되는 것을 엄마는 바라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가 게임으로 죽이 맞아, 함께 닌텐도 게임을 하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며, 육아는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나중에 게임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잔소리 늘어놓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벌써부터 예견되는 머지 않은 나의 미래이다. '동물의숲'에서 아이 스스로 물고기 낚시를 성공했다. 기뻐하는 남편과 아이. 게임에서 성취감의 기쁨을 맛보지 말아줘.


늘 에너지가 과하게 넘치는 아이


실로 애정이 담긴 ‘밉다’라는 말


요즘 다섯살 우리집 어린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밉다’인 것 같다. 세수 안하고 꾸물대는 아이의 세수를 대신 격하게 해줬더니 ‘엄마 미워’, 식사 예절이 좋지 않아 이럴거면 밥 먹지 말라고 한 소리 했더니 ‘아빠 미워’… 하루에도 여러차례 듣게되는, 요즘 우리집 아이 최애 표현인데, 꼬맹이의 작디작은 입에서 듣게 되는 ‘밉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이렇게 사랑스럽게 들릴수가.


요즘 나 보다 남편을 향한 아이의 ‘미워’ 표현이 더 많아졌길래, 드디어 아빠바라기의 마음 속에 엄마도 조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 한줌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아빠에게 대판 혼나고 나서, 얼굴이 보라색이 될 정도로 ‘아빠 미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대성통곡하던 아이는(성질 머리는 엄마를 닮음), 10초도 안 걸려 아빠 손 잡고 엄마는 뒤로 한 채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언행일치가 되지 않은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한동안 나는 멍해졌다. 아빠한테 혼난 아이를 안아줘야지 마음 먹은 엄마의 계획이 무색해져 버렸다. 아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찌질한 엄마의 모습.


아이의 ‘밉다’는 표현은 실로 애정이 가득 담긴 순수한 자기 의사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부정적인 표현임에도, 자주 들어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연히 보게 된 오은영 박사의 육아 조언에서 아이가 떼를 쓰는 것도 하나의 자기 표현이기 때문에 너무 다그치는 것도 금물이라고 했다. 나와는 달리,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한 아이, 때를 가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물러설 때를 아는 지혜로운 아이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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