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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경 Nov 13. 2022

훗날 지칠 때 보려고 남겨놓는 글

이직을 하게 되었다!

"생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中



첫 직장은 무려 10년 넘게 다녀 놓고선, 두 번째 직장은 고작 1년 반 만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중간 지대 없이, 양극단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나. 물론 두 직장 모두 더 다니라면 특유의 끈기로 잘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고 나아가도록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에 이런 문구가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명랑하게 나아가야지. 어디에도 고향인 양 매달려선 안 되네. 우주정신은 우리를 구속하고 좁히는 대신 한 계단씩 올려 주고 넓혀 주려 한다."


10년 넘게 다닌 첫 회사를 그만둘 땐 다 해보았노라 후련했었는데, 1년 반 다닌 회사는 해보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 미련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상한 힘에 이끌려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부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기를, 부디 마케터로서의 소명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주어지기를, 부디 무탈하게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로운 환경은 두렵지만, 면접에서 받았던 좋은 분위기가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었던  같다. 일반적인 면접이 아니라 아이데이션 회의를 하고 온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임원 면접에서는 내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이러한 현실적 제약이 있어서 검토는 했으나 실행하지 못했고, 대신 이렇게 추진을 했다는살아있는 피드백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내가 추구하는 ‘함께하는 마케팅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유튜브 essential; 플리를 알고 있는 임원분들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팀장, 임원 정도의 경력이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직무 리스트만 봐도 나의 결핍이 무엇인지 다 보이나 보다. '레거시 미디어 보단 디지털 미디어를 확장할 것이다.' '브랜드마케팅팀에 4개의 유닛이 있는데 커뮤니케이션 파트 선임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커리어의 비전을 주신 것도 좋았다. 물론 나를 채용했을 때 우려되는 사항까지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고, 잘해보자는 격려까지 잊지 않으셨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피드백이었다.


조직 활동에 불만 사항이 없을 수는 없다. 좋게 보였던 것들이 도리어 약점과 위협 요소가 되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훗날 지치고 힘들 때 이 날의 내 마음가짐, 일종의 초심을 기록하여 되새겨 볼 수 있게 글을 남겨본다. 나의 세 번째 직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존버 한다.



+ 덧글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전 직장 동기 언니로부터 또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작은 일은 그저 넘길 줄 아는 그릇이 큰 사람,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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