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하게 되었다!
"생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中
첫 직장은 무려 10년 넘게 다녀 놓고선, 두 번째 직장은 고작 1년 반 만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중간 지대 없이, 양극단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나. 물론 두 직장 모두 더 다니라면 특유의 끈기로 잘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고 나아가도록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에 이런 문구가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명랑하게 나아가야지. 어디에도 고향인 양 매달려선 안 되네. 우주정신은 우리를 구속하고 좁히는 대신 한 계단씩 올려 주고 넓혀 주려 한다."
10년 넘게 다닌 첫 회사를 그만둘 땐 다 해보았노라 후련했었는데, 1년 반 다닌 회사는 해보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 미련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상한 힘에 이끌려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부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기를, 부디 마케터로서의 소명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주어지기를, 부디 무탈하게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로운 환경은 두렵지만, 면접에서 받았던 좋은 분위기가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일반적인 면접이 아니라 아이데이션 회의를 하고 온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임원 면접에서는 내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이러한 현실적 제약이 있어서 검토는 했으나 실행하지 못했고, 대신 이렇게 추진을 했다는… 살아있는 피드백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내가 추구하는 ‘함께하는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유튜브 essential; 플리를 알고 있는 임원분들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팀장, 임원 정도의 경력이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직무 리스트만 봐도 나의 결핍이 무엇인지 다 보이나 보다. '레거시 미디어 보단 디지털 미디어를 확장할 것이다.' '브랜드마케팅팀에 4개의 유닛이 있는데 커뮤니케이션 파트 선임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커리어의 비전을 주신 것도 좋았다. 물론 나를 채용했을 때 우려되는 사항까지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고, 잘해보자는 격려까지 잊지 않으셨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피드백이었다.
조직 활동에 불만 사항이 없을 수는 없다. 좋게 보였던 것들이 도리어 약점과 위협 요소가 되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훗날 지치고 힘들 때 이 날의 내 마음가짐, 일종의 초심을 기록하여 되새겨 볼 수 있게 글을 남겨본다. 나의 세 번째 직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존버 한다.
+ 덧글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전 직장 동기 언니로부터 또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작은 일은 그저 넘길 줄 아는 그릇이 큰 사람,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