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경 May 13. 2022

나는 결코 그런 쿨내 진동하는 과장님이 아닌데...



퇴근길을 함께 한 대리님으로부터 나름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과장님은, 일과 자신을 잘 분리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과장님을 보고 욕심 내기 보다 내려놓는 법을 배워서 좋아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좋지만, 사실 나는 일과 나 자신을 잘 분리하지 못하고, 강인한 사람도 아니며, 일 욕심이 없는 편도 아니었다. 회사에서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실제 내 모습과 차이가 있어 보였다. 나는 결코 그런 쿨내 진동하는 과장님이 아닌데... 나의 불안, 나의 스트레스, 나의 유리멘탈은 눈에 잘 보이지 않나 보다.




돌이켜 보니, 전 직장에서 내가 대리였던 시절, 선임이었던 과장님을 바라보던 내 모습도 이와 같았던 것 같다. 큰 바위처럼 묵묵히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일하던 과장님의 모습. 업무 능력이 탁월하거나 민첩한 스타일은 아니셨지만, 실수없이 묵묵히 수행해내는 그런 과장님이셨다.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는 그 침착성과 한결 같은 모습이 나로 하여금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일희일비하고 늘 동요하는 대리 시절의 나는, 호수같이 잔잔한 과장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어했다.




세월이 흘러 과장이 된 나에게서 대리님은 큰 바위의 묵묵함, 호수의 잔잔함을 보고 있나 보다. 결코 난 묵묵하지도 잔잔하지도 않지만, 회사생활이 그렇게 나를 만들어온 것 같다. 속으로 불안, 스트레스, 상대적 박탈감, 일 욕심 등을 담아두었다. 상처 받을지도 모를 상황에 미리 처연한 척 함으로써, 선제 공격 아니 선제 방어를 한 것이다. (혹은 나 자신보다 상대방을 너무 배려했다고 해야하나) 결국 겉보기와 달리 나는 일과 나 자신을 분리하지 못했고, 강인하지 않으며, 일 욕심이 있는 편에 더 가까웠다. 일의 격을 한층 올리고 싶은 마음에 <<일의 격>> 책도 읽고 있는 나란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축적 후 발산', 현재 나는 발산을 기다리며, 축적 중인 상태인 것 같다. 계속 축적 중이며 만년 과장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려 노력하고, 창작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바이럴 영상도 계속 만들다 보면 S=rQ 방정식에 입각하여 뭐 하나는 얻어 걸릴 것이라 믿는다. 일자리의 소명의식이 아닌, 마케터로서의 소명의식으로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 또한 뒷좌석에 앉아 멀미하느니, 프로젝트의 운전자가 되어 지치지 않고 싶다. 설령 위험을 감내해야 할 일이지라도.



작가의 이전글 게임하는 다섯살 아이 육아 근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