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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Sep 02. 2024

옷 입은 재미가 쏠쏠하다.

서서히 살들이 사라지며 다시 사랑스러운 옷들이 나를 유혹한다.

처음에는 옷을 사도 예전 그대로 어두운 색에 무늬 없는 티나 운동복, 고무줄 청바지만 입었었다. 또 살이 붙을까 봐 무서워 옷을 많이 살 수는 없었다. 집에만 있으면 의류는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일하러 다니며 막 입을 수는 없어서 핑계사마 가끔 지름신을 만나게 됐다.


혹시나 하고 버리지 못한 좋아하던 옷들을 장롱에서  찾았다. 비싼 옷은 아니지만 디자인이 특이하거나 옷감이 괜찮은 것들과 이별할 수 없어서 '언젠간 입을 수 있을 거야' 희망을 갖고 서랍장에 고이 모셔둔 옷들을 꺼냈다.


살이 빠진 초창기는 바지에 몸이 들어가지만 허벅지에서 올라가질 않았다. 몇 달 후 바지가 쓱  들어갔다. 하지만 자크가 올라가지 않는다.

또 몇 개월 후 '어라' 몸이 쏙 들어가 채워진다. 근데 서있을 뿐 앉을 수가 없다. 

현재는 그 바지가  딱 맞아서 잘 입고 다닌다. 정말 인체의 신비를 경험했다.


본격적으로 옷정리에 들어갔다. 몸 가리기 용도로 입던 것, 너무 커서 고칠 수 없는 거, 1년 동안 안 입는 옷들 위주로 과감히 버리고 나눔 할 것은 지인들에게 보냈다.




속된 마음이 불쑥 나와 다시금 옷장을 채웠다.

'어이쿠'옷 입는 재미에 빠져 버렸다. 20대 나로 돌아간 거다. 그때는 발품을 팔아 싸고 질 좋은 옷들을 샀다. 착한 가격에 질 좋은 옷들로...


지금은 발품과 눈 품을 팔아서 구매한다. 직접 보고 사는 것은 실패가 거의 없다. 하지만 눈으로만 보고(온라인) 사는 의류는 실패가 종종 있다. 치수나 옷감 두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되도록 직접 보고 산다.


코디하는 나만의 법칙이 있다.

첫째, 내일의 날씨와 오후 기분에 따라 코디가 정해진다.


둘째, 모자를 쓸지 말지를 정한다. 그리곤 모자를 선택하면 그 색상이 기본 바탕이 돼서 세 가지 색상을 넘지 않는다.


셋째, 기본 색상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날씨를 감안해서 하의를 고른다. 거기에 어울리는 상의를 선택 액세서리도 맞춘다.


째, 가방과 신발을 그날 의상에 맞게 준비한다.


그렇다고 내가 패셔너블하게 입는 건 아니다.

자기만족이다. 그냥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옷을 살 때 집에 있는 들을 감안해서 구매한다. 이걸 바탕으로 가방과 신발도 맞추어 산다.

명품옷이나 가방은 없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옷들이 나를 반긴다. 솔직히 비싼 것은 살 수도 없다. 큰 마음먹고 사도 모시고 다녀야 할 것 같아 무섭다. 마음이 편해야 옷이 나를 반긴다.


요즘 주변사람들에게 신나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옷들이 하나같이 이쁘다. 최근 출퇴근 길 사람들의 패션 훔쳐보기에 빠진 나는 머릿속에서 코디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리곤 집에 있는 옷들로 실천한다. 옷 입는 재미가 쏠쏠하다.

 

월요일  

브라운색 정장바지에 아이보리 브이넥 꽈배기 니트를 입고 금색 장신구에 베이지색 운동화

화요일  

일자롱 블랙 청바지에 몸라인이 드러나는 차콜 레이싱 티셔츠, 차콜 군모자,  은색 액세서리, 흰색바탕에 블랙 무늬가 있는 운동화를 신는다. 

수요일

청카고 반바지에  딱 붙는 화이트 나시 위에  셔츠를 입고 블랙 니트 구모자

목요일 

빛바랜 회색 오버핏 청바지에 차콜 피크먼트 박스티,  야구모자에 파란색 운동화

금요일 

베이지색 면카고 반바지에 오버핏 빈티지 화이트 티셔츠, 은색 액세서리 차콜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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