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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Sep 09. 2024

나를 찾지 마세요

이별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왜?

늘 전쟁이다. 한 번도 수월하게 본 적이 없다.

머리만 베개에 다면 자는 남편이 부러울 따름이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위에 눌리기 시작하며 그랬던 거 같다.

어릴 때 잔병치레가 많기도 했지만 크게 몇 번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잠과의 전쟁을 치른다.


아파서 자고 있었다. 베개가 물컹거린다. 기분이 이상해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다. 아빠가 그 소리에 놀라서 방으로 들어오신다.

왜? 무서운 꿈 꿨어?
응, 베개가 자꾸만 변해서  무서워
괜찮아, 아빠가 재워줄게


아빠 무릎을 베고 잠을 청하지만 이번엔 딱딱함에 섬뜩해서 깼다. 아빠 다리가 돌로 변해서 머리가 따끔거려 소스라치게 놀랬다. 몸이 아프면 자주 가위에 눌렸다. 기가 허해서 그런다고 한약도 많이 먹었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릴 때는 너무 무서워 울다 지쳐 자거나 쪽잠을 잤다.


 아침밥을 먹을 수 없게 됐다. 엄마는 아침을 안 먹는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국민학교 4학년이 밥을 안 먹다니 그때는 어린이가 밥을 거부하는 게 이상하게 보일 때였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은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집이었다.

나는 '밥 먹어' 소리가 너무 싫었다.

잠을 못 자서 입은 슬거리고 눈은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꺼끌꺼끌 아프기만 했다.


숙면을 못하니 아플 수밖에...

매일 소리를 지르며 깨기를 반복 곁에서 자는 엄마도 내가 가끔은 무섭다 했다. 중학생이 되며 언니랑 같이 자기 시작했다. 여전히 똑같았다.

엄마는 그래도 날 깨워줬지만 언니는 '앤, 맨날 시끄럽게 해' 하며 깨워주질 않아서 더 무서웠다.


언니가 시집가고 방을 혼자 쓰면서 밤은 더욱 공포로 다가왔다. 부모님께는 말도 못 하고 밤마다 울다 지쳐서 거나 밤새 가위눌리거나 꼴딱 밤을 새우고 학교에 가서 졸았다.


성인이 되며 조금 나아졌지만 아플 때는 영락없이 만난다. 이젠 이별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자꾸만 날 찾아온다. 직장생활을 하며 가위눌림이 잦아들었지만 복병인 불면증이 생겼다. 생각거리가 많아지며 잠을 놓치게 됐다. 잠들려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이 걸렸다. 늘 잠이 부족했고 한 번은 영양실조로 쓰러진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1년 내내 혓바늘을 달고 살고 면역기능이 떨어져 40대 초반에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을 꽤 했다. 그 뒤로 밥도 열심히 먹고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는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불면증과 함께 찾아오는 가위눌림과 혓바늘

 '제발, 나를 찾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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